<화제의 책> 지식인들의 서재엔 어떤 책들이 있을까?
2011-05-18 18:23
지식인의 서재/한정원/행성:B잎새 펴냄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서재는 나의 성(城)”이라고 말하는 법학자 조국 교수(서울대)는 5년에 한번씩 서재의 책들을 과감히 정리한다고 한다.
“흐르는 물은 썩는 법이 없다. 그는 그의 철학과 사상을 책의 저자인 상대방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정화하며 세상 밖으로 흘려보낸다. 자신의 작은 움직임으로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뀌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조 교수는 "서재안에서 하는일이란게 보면, 책을 통해서 나의 동지를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연인을 만나고 애인을 만나고 그리고 적을 만나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방송작가 한정원 씨가 각 분야의 명사 열다섯 명의 서재를 방문하고 쓴 ‘지식인의 서재’(행성:B잎새 펴냄)를 발간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은 그의 서재에서 지금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책을 읽는다는 건 밥을 먹는 것과 같고 숨 쉬는 것과 같고 바람 같고 햇살 같은 거야. (중략) 나는 서재에 있으면 전 세계를, 우주를 다 돌아다니는 거야. 시인은 행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거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서재에는 자칭 ‘기록과 정리의 대가’답게 10㎝가 족히 넘는 두터운 파일들이 빼곡히 꽂혀있다. 그는 국회속기록 원본을 한쪽 벽을 다 채울 만큼 사기도 하는 등 자료가 될 만한 책들은 무조건 사들였다.
박 이사는 “제가 고생해서 모은 자료들이 대한민국을 바꾸는 데 어마어마한 기여가 됐다”고 자부하며 “참여연대에 있을 때도, 부패방지법을 만들 때도 엄청난 참고가 됐다”고 했다.
스승의날 5학년 제자들이 모아서 준 6000원으로 산 천관우의 ‘한국사의 재발견’, 깡촌까지 찾아온 월부 책장수의 정성이 갸륵해서 산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1980년대를 풍미했던 많은 시집까지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시골집에 있는 두어 평 남짓의 서재에는 추억이 담긴 옛 책들이 가득하다.
김시인은 "서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서재안에 있으면 깊은 숲속에 들어있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나는 책을 보기 위해 서재를 만든 게 아니다. 이 안에서 즐겁게 놀고 맛있게 먹으려는 것이다. 만 리를 여행하고 만 권의 책을 읽어라."는 사진작가 배병우씨, 건축가 김진애씨는 "매순간이 깨달음의 순간이고, 공부의 순간이다. 매일 자라는 것을 자기의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는 것도 자신을 자라게 하는 중요한 습관이 된다"고 말한다.
'지식인의 서재'는 자신만의 사상을 구축하는 사유의 산실이고, 지혜의 원천이며, 삶의 근거다. 서재 하나만으로도, 그와 책이 얽힌 이야기들만으로도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내면을 엿볼수 있다.
'음악계의 괴물' 조윤범은 말한다.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책도 음악과 같다. 책을 보고 감정이 동요되지 않는다면 그 책은 소화되지 않은 것이다. 건성으로 책을 읽는 것은 읽지 않은 것과 같다."
만권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같은 책을 수십번 읽어본 적이 있는가. "정보든 사람이든 책을 통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15인의 지식인들은 말한다.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어떤 책에서 감명을 받았는지, 어떤 책에서 사상의 영향을 받았는지 진솔한 고백이 담겨있어 명사들의 가치관과 내면을 엿볼수 있다.
각자 추천한 열권 안팎의 도서 목록들도 인터뷰 말미에 함께 수록됐다.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