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고덕·강일 보금자리지구 가보니> 상일동역에서 택시로 5분

2011-05-19 07:25
"주변 아파트값 떨어지고 거래 안될까봐 걱정"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선정된 고덕지구 인근 비닐하우스 전경. 82만7000㎡ 부지에 3100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선다.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선정된 강일3·4지구와 고덕지구. 서울 강동구 강일동, 고덕동 일원에 위치해 있는 이 곳은 서울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에서 택시로 5분이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입지요건이 뛰어난 곳이다.

18일 오전 찾은 고덕지구는 고덕차량기지를 중심으로 비닐하우스와 화원, 텃밭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근처 서울외곽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의 소음만 간간이 들릴 뿐 적막했다. 강일3·4지구 역시 마찬가지었다.

인근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강일3지구로 지정된 곳은 원래 동서울터미널이 들어오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잠잠해졌다"며 "보금자리지구로 갑자기 발표가 날줄 몰랐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것에 대해 주민들이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땅주인들은 지가(시세)대로 안주니까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며 "하남시처럼 아파트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보금자리주택으로 인해 기존 아파트 거래가 끊길까봐 울상을 지었다. 강일동 A공인중개 관계자는 "1차 보금자리주택이 발표났던 2009년에도 아파트 매수세가 확 줄었던 적이 있다"며 "경기가 나쁜데다가 매수자들도 과거처럼 무리하게 대출받아 아파트를 사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매매가 거의 안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보금자리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하면서도 어쨌든 개발이 된다는 점에서 호재로 보는 주민들도 있었다.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선정된 강일3지구. 비닐하우스와 논밭만이 부지를 차지하고 있다.

고덕동 N공인중개 관계자는 "어쨌든 이 일대가 개발되니까 호재로 볼 수 있다"며 "다만, 보금자리 자체가 일반 아파트보다 저렴해서 (보금자리로) 선정됐다고 해서 시세가 많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발표 이후에도 문의 전화가 특별하게 늘어난 것은 없다"며 "매수세가 이미 실종된 상태라 주택경기가 당분간 되살아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인근 하남 미사지구의 사례를 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고덕동 I공인중개 관계자는 "미사지구를 봤을 때 (이 곳도) 보상을 크게 쳐주진 않을 것"이라며 걱정했다.

이 관계자는 "전(미사지구)에는 공시지가의 1.9배 정도로 보상해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금은 1.5~1.6배 정도 되지 않겠느냐 본다"며 "또 미사지구 영향으로 1년새 땅값도 많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과일가게를 하는 한 주부는 "개발은 좋지만 하남시처럼 주변 아파트 시세가 다 같이 떨어지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고덕·강일동 82만7000㎡ 부지에 지정된 고덕지구는 총 4300가구 중 3100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선다. 강일 3지구는 33만㎡ 부지에 3100가구(보금자리 2400가구), 강일4지구는 52만5000㎡ 부지에 4900가구(보금자리 3500가구)가 지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