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의 진화…"이젠 목숨 건 베팅까지"
2011-05-18 15:22
골드만삭스 등 '장수리스크' 파생상품화 박차 <br/>연금 가입자 기대수명보다 일찍 죽어야 수익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 JP모건체이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고령화 추세로 개인의 장수리스크가 부각되자 '죽음의 파생상품'을 팔 궁리를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위스리에 따르면 전 세계 연금펀드 운용액 23조 달러 가운데 70%가 넘는 17조 달러가 장수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연금펀드들은 가입자들이 기대수명보다 오래 살 경우 발생할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해 있다.
투자은행들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장수리스크를 증권화해 투자자들에게 팔아 수수료를 챙긴다는 계산이다. 연금펀드 가입자가 기대수명보다 일찍 죽으면 투자자들이 이익을 보고, 기대수명보다 오래 살면 연금펀드의 손실을 메워줘야 하는 만큼 투자자도 손해를 보게 된다.
데이비드 블레이크 영국 카스비즈니스스쿨 연금연구소장은 "장수트렌드는 주식이나 채권, 상품시장과의 연계성이 젼혀 없는 만큼 이를 이용한 파생상품의 투자매력은 상당하다"고 말했다.
JP모건에서 장수리스크 관련 업무를 총괄했던 가이 쿨란은 장수리스크 파생상품의 투자기간이 20년 이상 되는 만큼 수익률은 연 5~9%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아직 미온적이다. 투자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 리든홀의 루카 앨버티니 최고경영자(CEO)는 "장수리스크시장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투자자들은 매달 혹은 분기별로 투자하기를 원하는데, 장수리스크시장은 그만큼 유동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10년간 부실 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를 증권화한 모기지채권을 팔아치우며 금융위기를 불러온 투자은행들이 여전히 위험한 파생상품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