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증대 요인 단기외채 현황은

2011-05-17 15:01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국내 은행의 외화 차입 규모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단기외채 증가는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를 높이게 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은행 및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은행권의 단기 외화차입은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꾸준히 줄어들던 단기차입 금액은 올해 1월 25억5000만 달러, 2월 30억3000만 달러, 3월 67억2000만 달러로 대폭 늘어났다.

또한 지난 3월중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을 제외한 16개 국내은행의 약정만기 2일~1년 이내 단기차입 차환율은 121.6%로 전월(88.0%)보다 33.6%포인트 급증했다. 올해 최초로 100%를 넘은 것으로, 단기차입 달러부채를 만기 연장하고 추가로 해외에서 달러를 빌렸다는 뜻이다.

단기차입 차환율은 은행의 차환(롤 오버) 상황을 파악하는 지표로 차환율이 100%인 경우 만기도래하는 차입금만큼 신규로 차입했음을 의미한다.

3월의 차입규모는 지난 2008년 8월 68억100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2년 7개월만에 최대 수준이다.

당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불거지면서 금융기관에서 유동성 부족에 대비해 차입량을 늘렸고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3월 외화차입이 확대된 것도 중동의 정정불안, 일본 지진 등에 따라 은행에서 외화 유동성 리스크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환보유액 증가와 단기외채비율 감소가 맞물리면서 지난해까지는 국내 대외채무 상환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단기외채가 급증하면서 그만큼 외환보유액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달러 약세에 따라 최근 신흥국으로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해외에서 달러를 빌려 한국에 투자하는 자금) 대거 유입되는 상황도 단기외채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단기 차익을 노린 역외 투기 세력 출현 가능성에 대비해 특별외환공동검사 등으로 규제에 나섰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안순권 연구위원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당국이 조기에 단기차입을 견제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안 연구위원은 이어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자 허겁지겁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겨우 위기를 넘겼다”며 “당시 외환보유액이 2600억 달러 정도였는데 단기외채가 늘어난 지금은 3000억 달러는 돼야 안정적일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