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고속철에 실린 중국인들의 자부심
2011-05-16 16:40
중국의 동북이나 북서부 지역 사람들은 광동이나 상하이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광동제(製)' '상하제(製)' 식으로 말한다. 마찬가지로 광동사람들은 베이징 공장에서 나온 상품을 베이징제(製)라고 부른다. 국산 제품을 놓고 마치 우리가 미제니 일제니 하듯 말을 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땅이 넓고 지역간 거리가 멀어 교류가 적다 보니 비록 한 국가안이지만 폐쇄적 지방의식이 강해지면서 마치 타 지역 제품을 다른 나라 제품처럼 인식했던 것이다.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간에도 언어와 문화 모든 면에서 1300여㎞라는 거리 만큼이나 이질적인 요소가 많다. 이러다 보니 중국을 거대한 문화 집합체로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지리적 거리에 따른 제약은 항공교통이 아니고서는 쉽게 극복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고속철이라는 새 육상 교통이 중국 전역으로 거침없이 뻗어나가면서 이런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8시 45분 유선형의 날렵한 자태의 고속철 '허셰(和諧 조화)호'가 미끄러지듯 상하이 홍차오역을 빠져나갔다. 설계 시속 350㎞의 이 열차는 4시간 48분만에 목적지 베이징 남역에 도착했다. 상하이와 베이징간의 육상교통이 11시간대에서 4시간대로 단축된 것이다.
최근 중국에는 대도시 중심으로 고속철 건설 붐이 일고 있다. 평균 시속 200~300㎞에 달하는 고속철이 속속 들어서면서 도시간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대도시간을 연결하던 고속철은 이제 2선도시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중국은 향후 5년간 2조8000억위안을 투입해 새로 3만㎞의 철도를 부설, 전국 철도 길이를 12만㎞로 늘리기로 했다. 고속철 숫자는 아직 미미하지만 갈수록 비중이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고속철 관련주가 테마주로 부상할 정도다.
선진국들도 중국의 고속철 기술을 인정하고 협력을 제안하는 상황이다. 영국은 중국측에 '런던 고속철 연장사업을 함께하자'고 요청했다. 케리 로크 미국 상무부 장관은 "중국의 고속철 신기술을 참고하고 싶다”고 실토했다.
철도발달은 ‘중국 속도’로 일컬어지는 고도성장의 압축판이다. 양적으로만 아니라 기술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다. 중국은 서방 기술자들 조차 불가능하다고 했던 칭짱(靑藏) 고원 철도를 지난 2006년 7월 여봐란듯이 개통시켰다.
이어 2008년에는 베이징 텐진구간에 처음으로 고속철을 선보였으며 2009년에는 우한(武漢)과 광저우(廣州)에 시속 340㎞의 고속철을 개설했다.
상하이 항저우간에도 2010년 가을 시속 350㎞의 고속철이 놓였다. 같은해 12월 베이징 상하이노선의 안후이(安徽)성 구간에서는 시운전 최고속도가 486.1km를 기록, 또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런 뉴스를 전하는 중국 아나운서들의 목소리에선 한없는 애국적 자부심이 묻어난다. 철도 발전은 경제 효과 뿐만아니라 지역간 통합을 공고히 하며 중국굴기를 뒷바침하고 있다. 고속철은 무엇보다 중국내 도시와 도시, 지역과 지역간에 존재하던 이질적 거리감을 소멸시켜가고 있다.
허구한날 짜증나는 KTX의 고장 소식이 아니라 우리도 언제쯤이면 철도가 국운 융성의 대동맥이라는 찬사와 함께 작지만 강한 철도 선진국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국가적 자긍심을 느껴볼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