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프런티어> 김덕자 하나은행 용산영업본부장, “리더는 곧 영향력”

2011-05-10 17:34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지난해 말 하나은행에서 한 여성 행원이 본부장으로 승진하면서 화제가 됐다.

은행에서는 흔히 지점장을 은행의 ‘꽃’으로, 본부장은 은행의 ‘별’에 비유한다. 이 여성은 4800여명에 달하는 여성 행원 중 가장 먼저 그 별을 따냈다. 바로 김덕자 용산영업본부장(52)이다.

1978년 은행에 처음 발을 들인 김 본부장은 2002년 학여울지점 프라이빗 뱅킹(PB)팀장을 역임하고 2004년 이수교지점장, 2007년 강남지점장, 2010년 대치역지점장을 거쳤다.

김 본부장이 창립 이래 최초의 여성 임원 타이틀을 딸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의 ‘리더십’과 ‘영업력’ 덕분이다.

“리더는 영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게 제 소신이죠.”

김 본부장은 지점장에 오르면서부터 조직 전체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민했다. 이제 28개 지점과 300여명 직원의 수장으로서 맡은 책임은 더욱 커졌다.

그래서 그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배려를 바탕으로 한 ‘코칭 리더십’을 활용해 직원들과 벽을 허물고 있다. 코칭 리더십은 일방적으로 위에서 정한 방침이나 대안을 내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자발적으로 대안을 내게끔 돕는 것을 말한다.

김 본부장은 코치 겸 선배로서 직원들이 생각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지 스스로 방법을 강구하게끔 독려하고 있다.

그는 “저성과자(Low performer)에게도 장점은 있다”며 “이들에게도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게 하면 이것이 성과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직원들의 개인적 관심사, 고민거리나 신상 변동사항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는 직원들과 대화할 때마다 ‘권위를 내려놓는 리더’가 된다. 상하 괴리가 크면 조직 내 소통에 지장이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본부장은 “지위로 지시하고 군림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진정성과 신뢰감 없이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김 본부장이 꼽은 여성 리더의 강점과도 통한다.

그는 ‘섬세한 배려’와 ‘감성적 터치’로 인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여성 리더의 강점으로 꼽았다. 김 본부장도 여성 특유의 감성으로, 직원들과 대화할 때 먼저 자신의 관심사를 들려주거나 세세한 부분까지 귀를 기울인다.

이러한 그의 노하우 덕에 지금껏 조직에서 낸 성과도 컸다. 김 본부장이 ‘영업통’으로 인정받게 된 까닭이다.

김 본부장은 PB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2년 연속 PB부문에서 수상한 데 이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영업점 경영평가“를 수상했다.

이와 관련, 그는 "기본에 충실한 영업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김 본부장은 “단순히 금융상품을 파는 판매원이 아닌,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고 미래를 설계해주는 ‘재무상담사(Financial advisor)’라는 사명감으로 고객을 대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고객과 신뢰관계를 형성하기가 한결 쉬웠다는 것이다.

다만 김 본부장은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하되 단기 수익 목표에만 급급해 하면 손실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최근에 발생한 저축은행들의 부실대출 문제는 결국 단기 고수익 창출을 위해 무리하게 자산을 인수한 결과”라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창출하는 우량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본부장은 각 직원들이 시장경제 전반과 산업 분야를 내다보는 예측 능력, 개별기업을 평가하는 기업심사능력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SWOT 분석을 통해 기회를 뽑아내고 매월 영업점 워크숍에서 직원들과 함께 이를 토론해 실천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SWOT 분석은 기업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요인을 규정하고 이를 토대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마케팅 기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