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파키스탄 지부장 실명 공개

2011-05-10 13:15
미국 상대로 힘겨루기 양상<br/>양국 관계 악화 일로 형국

(아주경제=워싱턴 송지영 특파원) 미국 연방정보국(CIA) 파키스탄 지부장의 이름이 현지 언론 등에 공개됨에 따라 미국과 파키스탄 양국의 관계가 더욱 악화일로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주말 파키스탄의 한 민영 TV방송이 CIA 지부장 이름을 처음으로 공개했으며, 다음 날 파키스탄 보안 당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한 신문사에서 이름을 또 공개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 "정보요원의 실명을 공개하는 것은 외교관계상 없는 일로 두 나라 사이에 빈 라덴 제거 작전 이후 깊어진 골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이번 실명 공개에 파키스탄 정보 당국이 개입했다면, 파키스탄은 빈 라덴 작전을 계기로 미국을 상대로 힘겨루기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WP는 덧붙였다. 그동안 수십억 달러의 대 테러 지원 자금을 받으며 유지해 왔던 두 나라의 밀월 관계가 현재로선 더 이상 유지되기가 어려운 형국이다.

CIA 파키스탄 지부장의 실명이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약 6개월 전 이슬라마바드에 상주하는 CIA 지부장의 실명이 공개됐으며, 미국은 당시 파키스탄의 정보당국을 공개 비판했었다. 당시 CIA는 이름이 공개된 지부장의 활동을 중지시키고 본국으로 송환시켰으나, 이번에도 같은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미 정보당국은 "이번 실명 공개가 분명히 파키스탄 정보국이 주도한 것이 분명하다"며 "과거의 사례를 보았을 때 증거 찾기가 어렵지 않다"고 단정했다.

미 고위 관계자는 "CIA 파키스탄 지부장은 보통 미국 대사관 안에서 일하기 때문에 정체가 드러나도 업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WP에 밝혀, 아직 지부장의 거취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러시아 등지에서 일해온 전문가로 업무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키스탄에 온 지 5개월 남짓 만에 업무를 중지시키는 것도 미국의 부담이라는 것이 WP의 분석이다.

한편 파키스탄 내부에서는 빈 라덴 제거에 따라 정치적인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서방으로부터는 정부나 정보당국 일각이 빈 라덴 은신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정부 발표대로 빈 라덴 지원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동안 빈 라덴 은신을 몰랐다는 것도 무능력의 산물"이라는 비판이다.

이번 일로 가장 많은 의혹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 정보당국도 내외부에서 일고 있는 많은 비판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