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쇄신 의지 다지고 있지만…
2011-05-06 18:35
대책 마련 우왕좌왕, 내부 업무도 '스톱'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금융감독원이 정부의 개혁 방안 발표에 앞서 쇄신 의지를 다지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참석자들 대부분이 행사 내내 어두운 표정을 지우지 못하는 등 최근 조직 내부의 침체된 분위기를 드러냈다.
금감원은 6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서 긴급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권혁세 금감원장을 비롯해 임원 및 국·실장급 간부 76명이 참석했다.
강연에 나선 외부 강사들은 모두 금감원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감독이 실패한 원인은 금융산업에 진입장벽을 세우는 바람에 몇몇 금융기관만 배를 불렸고, 금융감독 조직은 이 이익을 빼먹는 데 혈안이 돼 왔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워크숍은 권 원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6시간이나 이어졌다.
그러나 금융당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특히 쇄신안 마련 과정에서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을 보여 스스로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김석동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금감원 쇄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및 추진 방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정부 내에서 금감원 개혁 작업을 주도하는 국무총리실이 오는 9일 관련 내용을 발표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4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자체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권 원장이 직접 브리핑을 하기로 했다고 보도자료 배포로 대체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금감원이 내놓은 쇄신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조직은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이 다음주 배포키로 한 보도자료는 한 건에 불과하다. 매주 5~10건의 자료를 배포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실무를 담당하는 팀장급 인사가 임박한 데다, 어수선한 조직 내부 분위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일이 손에 잡히겠느냐”며 “조속한 시일 내에 개혁 방향이 잡혔으면 좋겠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아 힘들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