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가격보다 더 무서운 건‘기대심리’
2011-05-08 17:36
7월 연료비 연동제 실시로 8월분 전기료 인상 불가피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석유와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전력생산 연료 인상분을 전기요금에 반영(연동)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인플레 기대심리가 더욱 확산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도시가스 등 다른 에너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던 전기요금마저 오르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물가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의 물가조정 방향도 기대심리를 미연에 방지하는 일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연료비 연동제가 실시됨에 따라 8월분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는 7월에 최근 3개월 발전연료 가격을 조사한 다음, 상승분을 8월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2008년부터 거론돼 왔던 전기요금 연동제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다. 계속되는 한파로 전기수요가 수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상한파가 연일 이어지면서 전력수요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값싼 전기요금이 과소비를 불렀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에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인상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급기야 다음달에는 전기요금 장기 로드맵까지 내놓겠다고 한 상태다.
전기요금은 계절별·용도별로 가격 차이가 있어, 인상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겨울철(12~3월)이 여름철(7~8월)의 85%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 또 사용 전력량이 많을수록 요금도 많이 내는 누진세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개월 연속 4%대 성장세를 유지하는 등 물가불안이 확산돼 있다는 점에서,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등 이른바 공공재적 성격을 띤 ‘유틸리티(Utility)’요금 인상은 서민 체감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플레 기대심리가 확산되면 임금 인상과 상품가격 상승,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가격 상승을 통해 실제 인플레로 연결될 소지가 높다.
국제유가 및 원자재값 인상과 관련도가 낮은 개인서비스 요금이 최근 상승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또 인플레 기대심리가 확산되면 비용쪽 요인이 2·3차로 파급되면서 구조적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져 정책당국에서도 전보다 쉽게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가계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1%p 상승한 4.0%(연 평균)로 2009년 6월 이후 2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도시가스 및 전기요금 인상에 대비해 정부가 저소득층 대응방안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효과를 볼 지 의문"이라며 "인상 시점을 분산하고 인상폭도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인플레 기대심리는 그동안 정부의 적극적 대응과는 반대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불안심리를 사전에 차단하는데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5일(현지시간) 국제유가(WTI 기준)가 지난 3월 16일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낙폭 기준으로는 약 2년만에 최대치) 국내 물가상승 압력 완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변동폭이 3~4개월 후에 국내시장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틸리티 요금은 오히려 상반기 국제유가 상승분을 떠안고 갈 소지가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