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민주화로 알카에다 '유명무실'

2011-05-04 16:46
빈 라덴도 이미 정치적 사망진단<br/>알카에다 보복 테러 제한적 전망

(아주경제=워싱턴 송지영 특파원) 미 해군 특전부대에 의해 오사마 빈 라덴이 지난 1일 사살됨에 따라 알카에다의 보복 테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알카에다가 조만간 후계 구도를 마무리하고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이들의 영향력은 빈 라덴의 죽음을 전후해 현저히 줄어, 당장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올 봄 중동을 휩쓸었던 중동 민주화 바람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 재무부 소속 정보원으로 활동했던 근동워싱턴연구소의 매튜 레빗 대테러 책임자는 "아랍세계에 봄이 오는 과정에서 빈 라덴이 제거됐기 때문에 알카에다가 입은 타격이 더욱 크다"며 "당분간 교착 상태가 있을 것이 분명하며, 알카에다가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다"고 미 언론을 통해 밝혔다.

예멘, 이집트, 시리아, 튀니지 등지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독재 정권이 물러났고, 그 결과 알카에다가 가장 노리기 쉬웠던 테러범 후보군을 급감시켰다. 알카에다는 때묻지 않은 순수한 젊은층을 세뇌시켜, 중동 국가에서 일어나는 각종 정치적 부조리와 부패 상황을 미국 때문이라고 가르치며 증오심을 불어 넣어 왔다.

그러나 아랍 세계에 민주화 바람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함에 따라 알카에다가 예전처럼 수천명의 자폭 테러범을 쉽게 모집할 수 없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민주화 시위대가 직접적으로 알카에다에 반기를 든 것은 아니지만, 은연 중 테러 집단을 지원해온 독재 정권을 몰아내는 전과를 세웠기 때문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사회적 성공 등 개인적 가치관이 확산되면서 극렬 과격집단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어온 것이다.

존 브레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안보·테러담당 보좌관은 "개인의 권리와 자유, 존엄을 중시하는 문화가 중동에서 시작되면서 알카에다와 빈 라덴은 이들에게 이미 옛날 뉴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지역에서 빈 라덴이나 알카에다에 대한 지지도가 이미 현저히 낮아지고 있었던 점도 주목되고 있다. 알카에다의 남은 조직력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파키스탄에서도 빈 라덴에 대한 지지도가 지난 2005년 무려 52%에서 지난해 18%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빈 라덴은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파키스탄계이며 현재 플로리다 마이애미 대학교의 이슬람 연구 교수인 아마눌라 드손디는 "빈 라덴에 대한 영향력은 이미 현저히 줄어들고 있었고 정치적으로 사망판단을 받았던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새로운 아랍 세계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귀울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이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획득한 다량의 비밀 자료들도 당분간 또는 중장기적으로 알카에다가 움직일 수 있는 근거를 없앴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미국 정부는 컴퓨터 디스크 등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발견한 자료를 분석해 이들 조직을 소탕하는데 당분간 주력할 방침이다.

민주화 시위가 일어난 국가들에서 앞으로 어떠한 성격의 정부가 들어설지 모르는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수준과 요구가 달라지면서, 테러 집단을 지원하는 예전 성격의 정부는 분명히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가장 큰 관건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이다.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번 작전을 놓고 갈등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은 파키스탄이 빈 라덴을 지원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오는 7월 철수한 이후 만일 탈레반이 정권을 잡으면 또 다시 알카에다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