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이 비어간다-上] 오피스 넘쳐나는 서울… 그래도 또 짓는다
2011-04-27 15:25
향후 5년간 서울 연평균 오피스 공급량 133만㎡<br/>사무직 종사자는 2014년 기점으로 계속 감소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서울에서 빈 사무실이 급격하게 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를 휘청거리게 했고, 이 여파가 오피스 시장에도 영향일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오피스 공간의 주요한 수요자였던 보험 등의 금융 서비스업이 지점을 대폭 축소하고 상당수 기업이 임대료가 저렴한 수도권 주변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공실률이 크게 치솟았다.
하지만 대형 오피스 빌딩이 곳곳에 지어지면서 향후 5년 동안 오피스 공급량은 연 평균 133만㎡로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새롭게 늘어나는 오피스 공간을 소화할 수요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지역 사무직 종사자는 지난 2000년 187만명에서 지난해 224만명으로 늘었지만 오는 2014년을 기점으로 계속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서울의 주요 공기업들도 지방으로 곧 이전할 예정이어서 오피스 공실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크게 줄었던 오피스 매매거래는 2008년 38건에 불과했으나 2009년에는 54건으로 늘었다. 반면 ㎡당 가격은 같은 기간 415만5000원에서 350만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거래 건수가 늘어난 것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동산에 대한 투자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서울 오피스 시장은 당분간 수급불균형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많다"며 "최근 공실률 증가에도 임대료는 잘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계약 시 임대료의 인하보다는 '무상임대 기간 부여(렌트프리)' 등으로 공실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무실은 넘쳐나지만 오피스 공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2030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영등포 일대가 금융허브로 조성된다. 여의도의 금융중심 기능이 확대되면서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한 금융 복합단지를 새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서울시 계획대로 영등포 일대가 금융중심지로 개발되면 오피스 공급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의도 지역의 오피스 수요도 부족한 마당에 영등포까지 개발되면 공실률이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지정된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지구에는 서울국제금융센터(SIFC)와 파크원 빌딩 등이 지어지고 있지만 임차인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서울시가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개발을 위해 기부채납에 대한 보상으로 한강변 용지에 상업용과 업무용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해, 오피스 공급량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