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실세들의 잇따른 기업비판…속뜻은

2011-04-27 15:01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MB정부 핵심부 인사들이 잇따라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행태와 관행을 꼬집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지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형)'를 표방하면서 의욕적으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철학적 배경과 일견 배치되는 모양새여서 사태 추이에 따라서는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7일 정부와 재계단체 등에 따르면 청와대에서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대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등의 발언이 조율되지 않은 사견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곽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워낙 두터웠다는 점에서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특히 곽 위원장의 발언에 직접적으로 거명된 삼성전자, KT 등 대기업들은 발칵 뒤집혔다. 이밖에 거명된 기업에서도 대놓고 반발하지는 않고 있지만 "너무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재계단체에서도 곽 위원장의 발언 배경을 파악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곽 위원장은 현 정부 출범전인 인수위원회 합류를 시작으로 공공부문 및 금융부문 개혁방안과 시대의 과제로 떠오른 저출산·고령화·보육정책 방향 등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말 하나하나가 이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돼 왔다.

이에 따라 이날 곽 위원장의 발언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유독 '중산층·친서민' 정책을 우선순위에 놓고 대기업들의 사회적인 책무를 강조해 온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그간 관료의 대명사격으로 인식돼 온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기자들과 '동반성장' 추진에 대한 질의과정에서 '기업관료'라는 표현을 써 재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것도 예사롭지 않다.

앞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대기업들의 하도급 관행 등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이른바 '초과이익공유제'라는 개념을 주장해, 정부 내에서도 적잖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처럼 정부 핵심부 인사들의 잇따른 돌출성 발언에 대해 정부는 물론 여당내에서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부내에서는 곽 위원장의 발언이 자칫 과거 '관료주의'로의 회귀라는 부정적 의미만이 부각될 경우 정부의 정책운용 여지를 옥죌 수 있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경제부처가 올해 물가안정을 최우선 정책 순위에 올려놓고 각 기업들에게 제품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다. 기업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 인상을 더 이상 자체 흡수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워도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현실때문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판국에 정부 핵심인사들의 잇따른 기업 옥죄기는 이같은 고통감내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특별히 언급할 만한 것은 없다. 어제 청와대에서도 곽 위원장이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채 사견을 전제로 한 발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당내에서는 은근히 즐기는 듯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서민과 중소기업들의 민심 이반이 적지 않게 현실에 대해 정부 핵심부도 이들을 껴앉을 방도를 강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