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택시장 '더블딥' 현실화

2011-04-27 16:03
2월 케이스실러지수 3.3%↓…금융위기 이후 첫 '바닥' 근접

S&P/케이스실러지수 추이(2000년 1월=100 기준/CNN머니)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고용시장과 더불어 미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돼온 주택시장에서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대도시 주택 가격이 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2009년 5월 도달했던 바닥에 근접한 것.

CNN머니는 26일(현지시간) 미국 20개 대도시 지역의 주택가격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케이스실러지수가 지난 2월 1년 전에 비해 3.3% 하락했다며 주택시장이 더블딥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2000년 1월 100을 기준점으로 하는 S&P/케이스실러지수는 2006년 4월 206.5로 정점에 달한 뒤 리먼사태로 경기침체가 극에 달했던 2009년 4월 139.26으로 바닥을 찍었다. 그러나 지난달 지수는 139.7로 전저점에 근접했다. 지난달 주택가격이 오른 지역은 20개 대도시 중 워싱턴DC가 유일했다.

이로써 미국 대도시의 평균 주택가격은 2006년 5월 이후 32.5% 추락했다.

데이비드 블리처 S&P 대변인은 "주택시장과 관련해서는 희소식이 아예 없거나 거의 없는 상태"라며 "집값은 계속 하락하고 있고, 주택거래와 건설은 실망스런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금융위기 초기에 주택가격이 잠시 반등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지원 덕분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금공제 혜택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채권(MBS) 매입에 따른 모기지 금리 인하가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미 정부가 융자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압류 주택의 공급을 줄인 것도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압류주택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은행 소유로 본래 가격보다 평균 34% 싸게 판매된 압류주택의 판매 비중이 30%에 이르게 되면서 주택가격을 끌어내린 것이다.

피터 모리치 미 메릴랜드대 경영학 교수는 "사람들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구매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CNN머니는 주택가격 하락은 압류주택을 늘리는 악순환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택가격이 떨어져 집값이 대출금을 밑도는 '깡통주택'이 늘어나면 주택 소유주들의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져 압류주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앤소니 샌더 미 조지메이슨대 부동산학 교수는 "주택가격 하락이 주택 소유주들을 주택차압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며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왜 주택가격을 띄우려고 노력했는지 이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C는 전문가들의 주택가격 전망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런 전망이 그나마 낙관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크로마켓이 지난해 조사한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주택가격이 0.8% 하락할 것으로 점쳤고, 한 달 전 같은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주택가격 하락폭이 1.38%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셀리아 첸 무디스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경기는 경제 회복세가 탄력을 얻고 고용시장이 개선되면 함께 좋아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주택압류건수가 늘어 내년까지 주택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라스베이거스의 고급주택들도 차압위기에 쳐해 손실을 감수하고 주택을 파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