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가칭‘국립미술원’의 설치를 바란다
2011-04-27 14:07
김대열 동국대학교 미술학부 한국화전공 교수
김대열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한국화전공 교수 |
그런데 미술계에는 이런 국가기관이 없으니 창립 잔치나 기념전시를 벌릴 형편이 못된다. 또한 우리의 어문학을 관장하는 ‘국립국어원’도 있는데, 왜? 미술부문만이 국립기관을 가지지 못하고 있지, 우리 전통회화인 ‘한국화’ 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이들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60여년 국가기관을 가지고 그 분야를 갈고 닦아온 국악계에서도 “전통의 계승발전” 이라는 논제 앞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인데, 그동안 국가 기관도 민간연구단체도 없이 나 홀로 지내온 ‘한국화’는 이제 그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이르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 있겠으나, 과거를 탓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다. 그렇지만 만약 이대로 지나친다면 ‘한국화’는 그 문호가 닫히고 말 것이다. 이제라도 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국립국악원’의 연원을 조선전기 궁중의 ‘장악원’, 후기의 ‘아악부’에 두고 있으며, ‘국립국어원’은 세종시대의 ‘언문청’에서 그 뿌리를 찾고 있다. 그렇다면 미술부문 역시 조선시대 궁중에 설치되었던 ‘도화서’에서 그 연원이 찾아진다.
이처럼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그 이전 삼국시대, 고려시대에도 음악, 미술 , 문학을 관장하는 국가기관이 있어 당시 문화예술의 상호병행발전을 꾀하였다.
문화예술의 각 부문은 상호 연관 혹은 보완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 어느 한 부문만의 발전이나 융성은 있을 수 없다. 특히 미술은 우리의 행위, 의식, 기물 등과 같은 열린문화(overt culture)는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잠재문화(covert culture) 즉, 종교적, 도덕적인 신념,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까지도 역력히 드러내어 눈으로 볼 수 있게, 구체적인 존재로 그려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미술은 모든 문화를 받쳐주는 가장 유력한 버팀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조선왕조의 그 방대하고 복잡한 의식 절차를 언어문자로만 전달하려 했다면 과연 그것을 얼마나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까? 조선시대의 ‘의궤도’는 언어문자가 다하지 못하는 역할을 미술이 표현해낸 한 예이다, 그 복잡하고 장엄한 내용을 쉽게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그려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 돌려받은 ‘의궤’의 진가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오늘날처럼 ‘한국화’ 명운이 가물거려, 장래 국악공연장의 무대장식을 유화 냄새나는 서양식 조형으로 꾸며진다면 과연 어떠하겠나? 예술이 그 어느 한 부문으로 만 치우치고 상호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그 존재가치가 크게 상실된다.
우리의 가락을 서양식 5선상의 악보에 다 표현할 수 없듯이, 우리의 시각언어를 서양조형어법으로는 다 표출할 수 없다. . 그래서 우리는 전통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움을 창조하여 그 가치를 높이려 하는 것이다.
국악계를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는 또 한기지 이유가 있다. 바로 국립국악계열 중고등학교가 2개교(국립국악중고등학교, 국립예술중고등학교)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기교육은 물론이고 이 2개교에서 배출하는 인원만으로도 전국 대학 국악계열학과의 정원을 충족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한다.
현재의 미술계는 국립중고등학교가 단 1개교도 없다. 그렇다 보니 조기교육은 생각도 못하고, 지방대학의 ‘한국화과’는 정원 채우기 급급하며 이미 폐과된 대학도 여러 곳이 있다. ‘한국화’의 현실이 이렇게 참담하고 보니 국악계 선각자들이 존경스럽고 그 풍성한 모습을 선망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전통의 회화예술인 ‘한국화’도 국악과 마찬가지로 예술적 기량의 오랜 숙련과 학문적 소양, 그리고 학술적 연구가 절실히 요구되는 분야다.
이제라도 이런 교육과 업무를 담당할 ‘(가칭)국립미술중고등학교’를 세우고 ‘(가칭)국립미술원’을 설치해야겠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부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상호 조화와 융 ․ 복합을 이루며 우리의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다.
미술은 모든 문화에 출연하여 그 활동의 성질을 조장하고 그 발전의 기초를 세운다. 전통미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