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등 정부 부처가 당초 시설비나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배정된 예산 10건 86억원을 홍보비로 전용해 쓴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특히 이 가운데 7건 79억9000만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 홍보비 마련을 위해 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정부 홍보비 예산 집행 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홍보비 집행의 적정성 등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는 ‘2000회계연도 결산 관련 감사원에 대한 감사요구안’이 의결된데 따른 것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토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5개 부처가 2009년부터 2010년 10월까지 집행한 홍보비를 대상으로 같은 해 11~12월 실시됐다.
　
　이에 따르면, 국토부는 당초 시설비(강우레이더 설치 7억원, 국가하천정비 24억5500만원)와 연구개발비(홍수예보 및 수문조사 3500만원, 치수연구개발 2억원), 일반 수용비 등(본부 기본경비 등 20억원)으로 배정됐던 예산 53억9000만원을 4대강 사업 홍보비 마련을 위해 일반 수용비(국가하천관리, 정책기획연구운영) 및 연구 개발비(국가하천관리)로 전용했다.
　
　또 환경부는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설치’ 사업의 자치단체자본보조 명목으로 배정받은 26억원을 ‘비점오염 저감’ 사업의 일반수용비로 전용해 4대강 사업 홍보비로 썼고, 농식품부는 ‘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의 세목조정으로 22억원의 4대강 사업 홍보비를 마련했고,
　
　이에 대해 감사원은 “농식품부의 세목조정은 예산전용이 아니므로 절차상 문제가 없고, 국토부와 환경부도 대부분 자체전용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예산을 전용하거나 기획재정부의 승인절차를 거치는 등 관련 규정을 준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일부 항목의 경우 예산집행 지침의 세부사업 변경절차나 자체 전용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서 특히 “예산 전용시 관계법규상 절차를 준수했다 해도 ‘국회가 심의·확정한 예산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려할 때 대규모 예산을 전용해 홍보비로 집행한 건 국회의 예산 심의권 훼손 소지 등이 있으므로 예산을 보다 계획적으로 편성·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예산전용 외에도 4대강 사업 관련 홍보이벤트 및 홍보물 제작 등을 맡긴 종합홍보 대행업체로부터 1억6300여만원의 비용을 과다 청구 받았으나 그대로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문화부 등 5개 부처의 언론매체 광고비 등을 대상으로 대가성 여부를 검토한 결과, “기관장 또는 홍보담당 공무원 등이 개인 차원에서 부당하게 홍보비를 집행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감사원은 “해당 부처의 홍보효과 제고 등을 위해 광고에 기사 형식을 차용한 기사형 광고를 위해 291건 16억원을 집행하면서, 상당수 광고가 기사작성 기관을 명시하지 않아 독자들이 광고를 기사로 오해 또는 혼동케 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밖에 감사원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계약내용 이행 확인을 소홀히 해 용역업체에 5000만원을 과다 지급한 사례도 적발, 고발 및 반납 조치토록 위원회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