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영화 왜?> 영화 '체포왕' 속 박중훈, 어디선가 본듯한데…

2011-04-27 10:19

(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박중훈, 데뷔 25년차 영화배우다. 수십 편의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역사 속 위인부터 전과자, 깡패, 증권사 직원에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순애보까지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단연코 ‘형사 캐릭터’다. 다음 달 개봉을 앞둔 영화 ‘체포왕’에서도 그는 형사로 출연한다. 형사 전문 배우 박중훈. 그를 통해 재해석된 영화 속 형사 캐릭터 4인 4색을 살펴보았다. 

(사진 위) 체포왕 (아래) 투캅스


▲ ‘체포왕’ vs ‘투캅스’

두 영화 속 박중훈이 연기한 형사는 전혀 다르면서 어딘지 모르게 닮은 구석이 있다. 먼저 오는 4일 개봉을 앞둔 ‘체포왕’ 속 박중훈은 실적 지상주의자 ‘황재성’로 출연한다. 그는 비경찰대 출신이란 약점 극복을 위해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는 마포경찰서 강력1팀 팀장이다. 서장의 승진을 도와 자신도 출세하고자 오직 실적에만 매달리는 속물. 이웃한 서대문경찰서 형사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치사함은 기본이다.

경찰대 출신으로 서대문경찰서 강력 3팀장 정의찬(이선균)의 뒷통수 치기는 덤. 그 뿐이 아니다. 무가지를 주워 폐지로 판 할머니에게 “당연히 구속”이라고 말 하면서도 얼굴색 하나 안변한다. 한마디로 전근대적 경찰의 표본이자, 현실 속에선 절대 존재하지 말아야할 인간이다.

그렇다면 투캅스 속 강 형사는 어떤가. 경찰학교 수석 졸업생 출신으로 원리 원칙만이 그의 생활이자, 경찰 복무 신조다. 파트너 조 형사(안성기)는 적당히 비리로 지역 유흥업소 업주들을 관리하지만, 매번 강형사의 으름장에 가슴을 졸인다. 두 영화 속 박중훈의 형사 캐릭터는 정 반대지만, 경찰의 실생활과 고충을 실감나게 그렸다는 점에선 비슷한 면이 많다. 또 황재성(체포왕)이나 강 형사(투캅스) 모두 각각의 영화에서 어떤 사건으로 인해 개과천선한다는 면도 똑같다.

두 영화 모두 실제 경찰 측과 작은 마찰을 빚었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우선 ‘체포왕’은 지난해 가을 제작진이 촬영 협조를 위해 시놉시스를 서울경찰정에 보냈지만 거절당했다. 실적주의를 다룬 것이 문제였다.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의 검거 실적지상주의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게 원인이었다.

반면 투캅스의 경우 ‘체포왕’과 달리 제작 당시 경찰 측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리얼한 장면을 무리 없이 만들어냈다. 하지만 경찰의 비리 내용이 부각되면서 경찰청 측의 심한 항의를 받았다. 결국 제작사는 한창 상영 중이던 영화 첫 장면에 ‘이 영화는 경찰들의 실제 이야기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란 자막을 집어넣는 촌극을 벌였다고 한다. 

(사진 위) 강적 (아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 ‘강적’ vs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강적’과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속 박중훈이 연기한 형사들은 이유와 대상은 다르지만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만큼은 비슷하다. 우선 ‘강적’에서의 하성우(박중훈)는 투캅스 속 조형사와 비슷하다. 아니 조금 더 나아간다. 관할구역 내 유흥업소 업주들에게 금품을 갈취하고, 만취해 행패를 부리는 등 강력계 형사라기 보단 망나니에 가깝다. 잠복근무 중 근무지 이탈로 파트너가 목숨을 잃게 되고, 동료들조차 그를 인간 이하로 취급한다. 하지만 그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유일한 희망인 아들이 아프다. 장기 이식을 받지 못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 때마침 탈주범 수현(천정명)과 엮이게 되면서 그는 순직을 통해 아들을 수술비를 마련하기로 마음먹는다.

‘강적’은 ‘스톡홀롬 증후군’(인질이 인질범들에게 동화되어 그들에게 동조하는 비이성적 현상을 가리키는 범죄심리학 용어)과 ‘리마 증후군’(인질범들이 인질들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돼 자신을 인질과 동일시함으로써 공격적 태도가 완화되는 현상)을 적절히 뒤섞은 내용으로 형사와 탈주범의 숨 막히는 대결의 이유와 당위성을 부여한다. 특히 박중훈이 연기한 하 형사는 영화의 무게 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탈주범에게 동화돼 가는 박중훈의 연기는 그가 단순한 코믹 배우가 아님을 여실히 증명한다.

반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속 우형사(박중훈)는 말보단 주먹, 주먹보단 발이 먼저 나가는 형사다. 극중 살인범 장성민(안성기)을 잡기 위해 장소 불문, 폭력 불문으로 무장한다. 영화에서 가스총을 들고 다니는 이유를 묻는 파트너(장동건)의 질문에 “막 쏴도 되잖아”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만큼 그의 방식은 마구잡이다.

하지만 범인 ‘장성민’(안성기)을 잡기 위한 열망만큼은 단순한 마구잡이를 넘어선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빗속 결투신은 우 형사와 장성민이 생사를 넘어 ‘남자 대 남자’로서의 동질감을 느끼듯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