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의 파격음악극 ‘오이디푸스’

2011-04-26 19:21
연출가 서재형·작곡가 최우정 뭉쳐…내달 1일까지 LG아트센터서 공연

음악극 '오이디푸스'가 내달 1일까지 LG아트센터서 공연된다.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LG아트센터가 음악극 ‘오이디푸스’를 위해 1000여 석에 이르는 객석을 과감히 통째로 비워둔 채 무대 위에 300석 규모의 객석을 쌓으며 소극장으로 변신한다.

무대 위로 객석을 올린 데에는 서재형 연출이 오이디푸스가 겪게 되는 비극적 상황과 결말을 관객들이 더 가깝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 시도하는 것이다.

무대는 공연장의 배튼을 드러냄으로써 수직적이고, 압도적인 이미지를 노출시키면서 동시에 원형의 미니멀한 세트를 통해 단순하고 평면적이었던 공간을 입체감 넘치게 탈바꿈 시킬 예정이다.

이렇게 밀도 있는 공간 속에서 말하고, 노래하고, 역동하는 오이디푸스를 바로 눈 앞에서 지켜보게 되는 관객들은 파국을 향해 치닫는 그의 질주가 비단 고전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직시하면서 그의 운명에 휘말리듯 동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The Chorus ; 오이디푸스’는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새로운 표현을 시도한다. 우선 무대 한 켠에는 4대의 피아노를 비롯해, 키보드, 아코디언 등 여러 악기들이 포진되어 마치 건반 악기의 오케스트라를 보는 것처럼 장엄한 울림을 선사한다. 재능 넘치는 코러스들이 몸을 활용해 만들어 내는 구음과 다양한 효과음들도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요소다.

이렇게 코러스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비중감있게 제시하는 한편 참신한 표현적 시도로 더욱 빛을 발할 음악극 ‘The Chorus ; 오이디푸스’는 기존의 ‘오이디푸스’가 지녔던 비극성과 관념을 다른 차원으로 확장시키며 그 광기와 처연함을 강렬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연출가 서재형·작곡가 최우정, 두 창작자의 만남

이번 작품을 통해 연출가 서재형은 처음으로 희랍 비극에 바탕한 음악극을 선보이게 됐다.

‘청춘, 18대1’, ‘호야: 好夜’, ‘죽도록 달린다’, 뮤지컬 ‘왕세자실종사건’ 등 여러 작품을 통해 독특한 형식미와 세련미를 선보였던 서재형 연출가는 LG아트센터와 함께 한 첫 번째 작품 ‘토너먼트 (2010년, 한아름 작)’를 통해 좌절과 희망을 오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펼쳐내기도 했다.

연극뿐만 아니라 무용, 뮤지컬, 오페라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춤과 움직임, 이미지, 소리, 음악 등의 요소를 흥미롭게 탐구해온 서재형 연출가는 이번 기회를 통해 본격적인 음악극에 대한 연출 역량을 발휘할 예정이다.

이미 전작들을 통해 춤과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고, 최근에는 ‘왕세자 실종사건’을 뮤지컬 버전으로 선보임으로써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던 만큼 보다 새로운 차원의 음악극에 도전하겠다는 각오이다.

이렇게 예술가 특유의 도전적인 창작 정신으로 함께 뭉친 이는 바로 현대음악가 최우정이다. 서울대 작곡과 교수이자 TIMF앙상블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곡가 최우정은 한때 극단 연희단 거리패에 입단해 활동하기도 했으며, 이윤택 연출의 ‘오구’, ‘문제적 인간, 연산’,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등의 음악뿐만 아니라 최근 초연된 서울시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연서’를 작곡하기도 했다.

◆소리와 음악, 움직임과 이미지로 치밀하게 조직된 새로운 차원의 음악극

‘The Chorus ; 오이디푸스’는 희랍 비극의 완벽한 모범이라 불리는 ‘오이디푸스 왕’을 바탕으로 한 사람의 코러스 장(長)과 열네 명의 코러스를 재현해 희랍극의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공연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코러스이다. 이에 서재형 연출가는 작곡가 최우정을 비롯해 안무가 장은정 등 각분야의 전문가들과 손잡고 음악과 춤을 비롯한 퍼포먼스적인 요소를 코러스의 운용을 통해 극대화시킬 예정이다.

우선 주인공인 오이디푸스 역은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활약해온 배우 박해수가 맡으며 여기에 툇마루 무용단 출신의 현대무용수 성진수가 가세해 한무대에서 연기와 노래, 춤을 통해 지혜와 행동력을 겸비한 비운의 영웅을 형상화해낸다.

난해하게도 여겨질 수 있는 고전의 대사들은 한아름 작가에 의해 최대한 절제된 노랫말로 다시 쓰여져 최우정 작곡가가 빚어낸 소리와 리듬, 멜로디에 절묘하게 얹어지며 그 의미를 명료하게 전달한다. 무대 위의 배우들은 가장 원초적인 표현의 수단인 몸을 움직이고, 서로 얽히고 부딪히면서 인간 본능과 감정의 원형질을 드러내고, 종국에 이르러 하나의 목소리로 오이디푸스의 의지와 절망을 노래한다. 내달 1일까지 LG아트센터서 공연. 전석 4만원. 문의 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