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금산분리 완화',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

2011-04-26 20:00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지난 21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예고 없이 공정위 기자실을 찾았다.
 
그리고 그는 "정부와 여야가 전날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 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잠정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모든 언론은 앞다퉈 3년째 끌어온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4월 국회에서 처리될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개정안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이른바 '금산분리법'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현재 SK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SK그룹을 비롯해 CJ, 두산, 부영 등 알 만한 대기업들이 이 법안의 통과만 기다리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SK그룹은 SK증권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공정위에 180억원(추정치)의 과징금을 물어야 하고, CJ는 CJ창업투자와 삼성생명의 주식, 두산은 두산캐피탈 등을 정해진 기간 안에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 22개에 달하는 기업이 이번 법안 통과를 기다리며 국회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발표 뒤 불과 하루 만에 이들의 기대는 무너졌다.
 
김 위원장의 발표가 있었던 다음날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면 반박했고, 오는 28~29일로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말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
 
민주당은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기 위해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과 술자리를 가졌다고 주장했고,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를 부인했다.
 
당장 개정안의 처리가 가장 급한 SK그룹 측은 "6월 국회까지 (개정안 처리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과 민주당, 그리고 청와대 중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는 개정안의 처리 여부가 말해줄 것이다. 공직자는 더 이상 확정된 사안이 아니면 쉽게 발표해서는 안 된다. 이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리 쉽게 언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직자 언행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되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