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QE2' 상품시장 요동칠 것"
2011-04-26 17:25
WSJ, 유동성 공급 중단 상품시장 '직격탄'<br/>신흥국 인플레 진화 움직임도 위험요소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해 발표한 2차 양적완화프로그램(QE2)이 오는 6월 종료되면 상품시장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로 풀린 달러화가 그동안 상품시장의 랠리를 주도해왔다며, QE2 종료 시점인 6월이 가까워지면서 상품시장이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특히 상품시장은 규모가 주식이나 채권시장보다 작기 때문에 양적완화 중단 조치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날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은 선물은 사상 최고가를 위협했고, 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금 선물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면화와 커피 가격도 기록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제유가 급등세로 가솔린 가격은 올 들어 35% 상승했다.
상품가격 상승세는 QE2 이후 시장에 흘러들어온 대규모 유동성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WSJ는 분석했다. 바클레이스캐피털에 따르면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지난해 8월 QE2의 계획을 시사한 이후 뮤추얼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는 488억 달러에 달하는 기록적인 자금이 유입됐다. 이로써 지난달 말 국제 상품시장에 몰린 투자 자금 규모는 4120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연준이 긴축기조로 방침을 바꾸면 투자자들이 반대매매에 나서 시장에 급격한 조정이 뒤따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상품투자업체인 디아파종코모디티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전략가 션 코리건은 "현재의 상품시장 수익성과 인기를 감안하면 반대매매가 본격화하면 상당한 자금이 유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일부 투자업체들이 QE2 종료시점을 앞두고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는 데서도 상품시장의 조정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리건은 "에너지와 기초 금속 등 주기적 재조정 상품에 대한 투자위험을 감안해 투자비중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가중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도 상품시장에 악재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연준이 QE2를 종료한 이후에도 한동안 제로(0)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우려를 높이고 있다.
상품펀드 회사인 코모디티스트라티지스의 로버트 홀로이드 이사는 "연준은 여전히 저금리 기조를 선호하고 있으며, 이는 더 큰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인플레와 관련해 더 큰 문제는 이머징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상품시장의 큰손인 이머징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인플레에 대응하기 시작하면 시장이 휘청일 수 있다는 것이다. 러셀 네피어 CLSA아시아퍼시픽마켓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인도와 중국 등 이머징 국가들이 인플레이션 진화에 나서면서 상품시장은 장기적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정치적 위험이 상품시장에 미치는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플레 대책의 일환으로 인도는 지난주 초단기채 발행을 통해 2000억 루피(약 4조8632억원)를 거둬들였고, 중국은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지난 21일부터 20.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옵션시장에서도 상품가격 하락에 대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옵션회사인 리버티트레이딩그룹에 따르면 옵션시장에는 최근 수개월간 은과 커피, 금 등의 가격 하락에 대비한 콜옵션 투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콜옵션은 계약한 가격으로 상품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