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불똥 美 상륙…亞 증시 급락

2011-04-19 19:15
재정위기 확산일로…스페인 국채금리도 급등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2009년 그리스에서 촉발된 유럽 재정위기의 불똥이 결국 대서양을 넘어 미국에 떨어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8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한 것이다.

이 여파로 19일 아시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1.1%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91% 급락했다. 홍콩 항셍지수와 코스피도 각각 1.3%, 0.4% 떨어졌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유럽 주요 지수도 2% 넘게 추락했다.

상품시장은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전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금은 전날에 비해 6.90 달러(0.5%) 급등한 온스당 1492.90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은 선물가격도 장 중 한때 3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가 약세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S&P 쇼크'가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미 정치권의 행보를 자극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의 국가 부채 규모는 지난 20년간 줄곧 증가해 쉽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백악관 행정관리예산국(OMB)에 따르면 미국 의회가 정한 국가 부채 상한은 1990년 5조 달러에 못 미쳤던 것이 현재는 14조2500억 달러로 급증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이미 한계에 달해 백악관과 의회는 상한 인상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을 압박하고 있는 재정위기도 확산일로에 있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이 구제금융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만기 스페인 국채 수익률은 전날 2009년 9월 이후 최고치인 5.55%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유로존 4위 경제국인 스페인이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되면, 세계 경제가 받게 될 충격은 걷잘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로존 구제금융 자금원인 유로에 달하는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으로도 해결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FSF의 한도는 4400억 유로에 달한다.

그러나 유로존의 상황은 우려를 현실화할 태세다. 그리스의 채무 조정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가 하면, 지난 주말 아일랜드의 국가 신용등급을 두 단계 강등한 무디스는 지난 17일 아일랜드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모두 투자 부적격인 정크등급으로 떨어뜨렸다. 이는 유로존 재정위기국들의 국채 수익률을 띄어 올려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