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방사능 비'공포 확산...종종걸음에 거리 한산

2011-04-07 11:45

(아주경제 김희준 기자)제주지역에서 방사능이 포함된 비가 내렸다는 소식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시민들의 막연한 두려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제주를 비롯한 일선 지역 교육기관과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방사능 비’를 맟힐까 노심초사했다.

특히 7일 오전 출근길 서울지역에 가랑비가 내리면서 ‘방사능 비’를 우려한 시민들은 우산을 들고 최대한 건물 내부로 신속히 들어가려는 종종걸음을 연출했다.

시민들은 전날까지 나흘째 전국 곳곳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조심스레 비를 피했고 마스크를 쓰거나 우비를 챙겨 입기도 했다.

택시기사 박모(48)씨는 “아침에 손님 3명을 태웠는데 다들 라디오에서 나오는 ‘방사능 비’이야기만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비묻은 우산이 뒷자석시트에 닿아 여간 찜찜한게 아니다”며 두려움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출근길 시민들은 우산에 우의까지 구비하는가 하면, 미세먼지에 포함된 방사능을 대비해 마스크를 끼고 나온 이도 있었다.

각급 학교에서는 며칠 전부터 등굣길에 우산을 꼭 챙겨 비를 맞지 말라며 학생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 봉사단과 교사들이 오전 8시10분께부터 교문 앞에 서서 학생들의 우비와 우산 착용 상태를 꼼꼼히 챙겼다. 아이들을 승용차로 데려다 주는 부모들의 모습이 적지않게 눈에 띄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방사성 물질이 비에 섞여도 극미량이라 무해하다’며 휴교를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교육청 웹사이트와 사무실에는 전날부터 학교를 쉬게 해달라는 내용의 글과 전화가 잇따랐으며 일부 학부모는 아이를 아예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9시께 ’교외 체험 활동을 자제하고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외출을 피하도록 지도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일선 학교에 전달했다.

경기도 농.산촌과 도시 지역도 사정은 비슷했다. 특히 시민들이 들녁에 나가는 것을 꺼리는 등 외출을 자제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으며 비가 8일 오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이 예보함에 따라 이날 오전 길거리에는 시민들의 모습이 평소보다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도로마다 평소보다 차량 통행량이 많았다.

이와 함께 여주군 송천초등학교와 평택시 용이.안산 경수.화성 배양 초등학교가 이날 학교를 하루 휴교하기로 했다.

유치원들의 휴원도 이어져 고양 일산.연천 온골.평택 성바울로유치원 등이 각각 휴원했다.

한편 6일 새벽비부터 방사능 물질이 검출된 제주 지역에서는 7일 아침 등굣길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각급 학교의 등굣길에는 걸어서 등교하는 학생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몇몇 학부모들은 도교육청에 휴교 여부를 문의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제주시 초등학교 앞 도로는 등굣길 자녀를 태워 온 차들로 북새통을 이뤘으며 비가 내리지 않는데도 자녀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함께 등교하는 학부모도 눈에 띄었다.

1학년 자녀를 둔 박모(42)씨는 “방사성 비가 걱정돼 오늘은 직접 교실 앞까지 바래다줬다”며 걱정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홈페이지에 따르면 제주 방사능 측정소에서 6일 자정부터 7일 오전 3시까지 채취한 빗물을 분석한 결과 요오드(I-131), 세슘-137, 세슘-134가 각각 2.02, 0.538, 0.333㏃/ℓ 농도로 검출됐다.

이는 최고 농도(2.02㏃/ℓ)의 빗물을 하루에 2ℓ씩 1년 동안 마셨더라도 0.0307mSv 정도의 방사선 피폭이 예상될 만큼 적은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