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 용인 분위기에 기업들 ‘희비 엇갈려’

2011-04-05 16:00
전자·자동차는 ‘실적 하락 우려’<br/>화학·철강은 ‘실적 개선 기대’

(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원·달러 환율(이하 환율)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면서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분위기여서 기업들의 손익계산이 분주해 진 것이다.

수출기업은 실적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걱정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원자재 등을 수입하는 기업들은 실적 개선에 거는 눈치다.

5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기업들의 적정환율은 1151원이고, 손익분기점 환율은 1082원이다. 880여개 무역업체들의 사업계획 환율은 1122원이다.

때문에 환율하락이 지속될 경우 수출기업의 33%는 수출채산성 악화로 인해 물량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절반 이상의 수출기업은 수출금액의 감소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환율이 1050원까지 떨어지면 국내 91개 주력 수출기업은 이익은 못 내고 오히려 5조9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환율을 1080원 전망했는데, 현재 환율 하락세가 턱 밑까지 들이닥친 셈이다.

증권가에선 환율이 10원 이상 내려가면 삼성전자는 연간 약3000억원의 손실을 본다는 추정도 나왔다.

LG전자는 올해 사업 계획에서 연간 기준 환율을 1100원으로 잡았다. 당장 경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환율 10원 하락에 LG전자는 영업이익이 연간 약766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에 들어선 북미, 유럽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전 남용 부회장 시절부터 달러뿐 아니라 위안화, 엔화 등 36개국 통화로 결제를 다변화 했기에 환율 영향을 일정부문 방어할 수 있게 된 것이 위안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우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 현대차는 약1200억원, 기아차는 약800억원의 연간 매출 손실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정부 고환율 정책에 힘입어 가만히 앉아 수출채산성 개선 효과를 누렸다”는 주장이 시장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서 심리적인 손실도 클 수밖에 없다.

한편 석유화학은 환율 관련 리스크가 크지 않다. 수입도 있지만 수출 비중도 높아서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상쇄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환율 10원 하락하는데 따른 손실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수입시 손해가 수출로 상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환율 10원 하락시 연간 약250억원의 이익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제철분야도 이익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포스코는 환율 10원 하락시 연간 약624억원 정도의 이익 증가 효과가 관측되고, 현대제철은 영업이익 추정치 대비 2.2% 수준인 15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수출비중이 20%를 넘지만 원자재 수입에 따른 비용 경감효과가 있기 때문에 환율 하락이 이익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동국제강 역시 환율 10원 하락시 연간 약200억원의 순이익증가 효과가 예상됐다. 이와 관련, 김현태 현대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으로 외환수익이 550억원 가량 인식된 점이 순이익 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