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재선 도전, 이번에도 할 수 있을까

2011-04-05 16:31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우리와 함께 시작됩니다(It Begins With Us)."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이같은 제목의 캠페인 동영상과 함께 2012년 대통령선거 행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4년 전 '우린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라며 강조했던 '희망과 변화'라는 문구는 과감히 내던졌다.

그는 이날 지지자들에 보낸 이메일과 선거 웹사이트(BarackObama.com) 통해 재선 캠페인 착수를 공식화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캠페인은 비싼 TV 광고나 엄청난 이벤트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웃, 동료, 친구 등 삼삼오오 조직화된 여러분들과 함께 시작할 것"이라며 "대통령 업무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1년여 동안 캠페인에 전력을 기울일 수 없지만, 선거운동의 토대는 오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빠르거나 쉽지 않다는 것을 항상 알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이루어온 성과를 지키고 싶으며 또 더 이루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메일 및 웹사이트에 첨부된 2분 가량의 캠페인 동영상은 지지자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이나 목소리는 전혀 담기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재선 도전과 관련한 서류들을 제출했다. 이로써 그의 선거캠프는 본격적으로 선거자금 모금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재선자금 모금액은 역대 대선사상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현지 언론은 내다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수주 안에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열리는 선거자금 모금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당락 관건은 경제
현지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성공 여부는 경기 회복 여부에 달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 경제는 회복세를 띠고는 있지만, 회복 속도는 여전히 더딘 편으로 표심을 끌어모으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업률과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택시장은 오바마 재선캠프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 전문가들은 비관할 정도는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백악관도 최근 발표된 지난달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됐다는 데서 희망을 엿보고 있다. 지난달 실업률은 2년래 최저치인 8.8%로 최근 넉달새 1.0%포인트 하락했다. 또 지난달 새로 생겨난 일자리도 21만6000개로 작년 5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외에 전문가들은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문제, 리비아 내전 개입 등에 따른 책임론도 오바마 대통령이 당면한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동안 약속했던 변화를 실천했고,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성과를 이룩했다는 점, 건강보험 입법의 의미 등을 내세우며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SNS 등 쌍방향 미디어 공략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이날 오바마 재선 캠프가 이번 대선에서도 2008년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던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는 일방향적 미디어인 이메일과 블로그를 지양하는 대신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웹사이트나 아이패드 앱 등에 총력을 기울여 지지세력을 결집할 예정이다.

2008년 오바마 대선운동 당시 블로그 책임자였던 샘 그래햄 펠슨은 이날 폴리티코를 통해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우리 커뮤니티에 접근하도록 유도해 상호교류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재선 캠프는 특히 페이스북에 주력할 전망이다. 2008년 선거 당시 1억명의 지지자를 결집시켰던 페이스북은 2009년 취임 때까지 지지세력을 1억5000명으로 늘렸다. 현재 페이스북에 있는 오바마 지지자는 5억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2008년 중순에 비해 5배나 늘어난 것이다.

◇공화당, 오바마 리더십 비판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재선 도전을 공식화하자 공화당은 그의 리더십을 트집잡고 나섰다. 예산안 처리가 재차 미뤄져 연방정부의 회계연도가 4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재선 도전을 선언한 것도 '리더십의 부재'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공화당의 존 코닌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리더십이 사라졌다"며 "오바마의 우선 순위가 뭔지 궁금하다"고 비꽜다. 같은 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원도 "모두가 예산안 처리와 국가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은 홀로 재선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현재 공화당의 대선후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이 후보자 물망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