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황당한 아이디어, 스마트한 미래

2011-03-28 18:47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22세기형 스마트한 화훼자판기가 나온다. 이를 통해 꽃의 종류, 포장지, 리본, 디자인 등 당신이 원하는대로 꽃다발을 구입할 수 있다.

#신선한 과일로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과일 자판기가 나온다. 대학, 지하철역, 사무실 입구에서 바나나·오렌지·파인애플·사과 등을 사먹는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

이는 매주 농촌진흥청에서 열리는 ‘황당무계 세미나’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이다.

이같은 세미나는 삼성경제연구원 출신 민승규 농진청장의 주도하에 매주 이뤄진다. 이 세미나에 참여하는 농진청의 한 박사는 “농진청에서 10년 넘게 일해왔다”며 “황당무계 세미나를 준비하는 일주일 동안 너무도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같은 기상천외한 세미나를 열게된 배경에 대해 민승규 청장은 “‘창의성 없는 공무원 조직’이라는 명제를 바꾸고 싶었다”며 “정식박사만 800여명인 농진청의 우수한 인력풀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같은 세미나를 개최할 즈음 몇몇 간부들은 민 청장에게 “여기는 삼성이 아닙니다”라며 반대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 청장은 “공무원 조직보다 더 관료적인 곳이 ‘삼성’”이라며 “”농진청의 과업은 짧으면 몇개월, 길면 년단위지만 삼성의 과업지시는 거의 일주일 전에 던져놓고 답을 구한다. 그런데도 그곳이 창의적인 이유는 사기업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고급인력도 삼성경제연구원보다 많은 만큼 창의력만 높이면 과업에 대한 성과는 삼성보다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어차피 이래저래 일하면서 월급받는 철밥그릇 공무원 조직’이란 명제를 ‘공무원 조직이지만 사기업처럼 스마트하고 창의적인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