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읽는 중국경제> 국진민퇴냐..적자생존이냐..

2011-03-17 14:28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지난 15일 폐막한 전인대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국진민퇴(國進民退)도 민진국퇴(民進國退) 현상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최근 불거져 나오고 있는 국유기업이 득세하고 민간기업이 위축되고 있다는 소위‘국진민퇴’ 논란에 대해 원 총리가 분명히 견해를 밝힌 것이지요.

오늘은 바로 ‘국진민퇴’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쳐 볼까 합니다.

2008년 말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중국 정부가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면서 ‘국진민퇴’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경제 성장엔진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4조 위안의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10대 산업진흥정책을 통해 경제구조조정을 모색했습니다.

그런데 경기부양 자금 대부분은 국영기업으로 흘러 들어갔고 국유기업을 위주로 경제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민간 중소기업은 도태되고 대형 국유기업이 더욱 비대해 졌습니다. 국유기업들이 정부지원에 힘입은 막강한 자금력으로 민간기업들을 집어삼키면서 민간경제는 급격한 퇴조 기미를 보였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 경제가 국유경제에 기대 돌아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천즈우(陳志武) 예일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도 국유경제의 비중을 68% 이상이라고 추정한 바 있지요.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가 발표한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시가총액 기준)에서 중국 기업 45개(대만, 홍콩, 마카오 포함)가 순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 기업 중 민영기업은 단 한 곳도 없고 모두 대형 국유기업 또는 국유 지주회사였지요. 특히 페트로차이나는 시가총액 3293억 달러로 1위 자리를 차지했으며, 중국 공상은행과 차이나모바일도 각각 4위와 10위에 랭킹됐지요.

또 지난 2009년 차이나모바일과 페트로차이나 두개 국유기업의 순익 합계(2180억 위안)가 500대 민간기업 전체의 순익(2179억5000만 위안)을 뛰어 넘었다는 보도 내용은 중국 ‘국진민퇴’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냈지요.

물론 와하하, 레노보, 비야디 등과 같은 일부 민간기업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국유기업의 파워는 여전히 막강합니다.

현재 중국에서는 국진민퇴를 둘러싸고 중국에서는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찬성론자들은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국유경제가 발달하면 단기간에 산업 집중도를 강화해 산업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위원장은 “국유경제의 발달은 국진민퇴가 아닌 적자생존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시장경제하에선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아남는 것이고, 국유기업이 바로 그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는 뜻이죠.

하지만 민간기업들은 국유기업과 동등한 시장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바오위쥔(保育鈞) 중화 민영기업 연합회 회장은 “현재 민간기업은 증시상장과 은행대출 등 직간접 금융이 모두 어렵다”며 “보이지 않는 ‘유리 장벽’이 존재한다”고 불만을 토로했지요.

장기적으로도 효율성이 낮은 국유기업이 경제를 지배하면 중국 경제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중국 정부도 점차 국유경제의 비중을 줄여나가며 건전한 민간경제 육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