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기술소모전 끝내고 ‘글로벌 공략’ 나선다

2011-03-10 16:00

(아주경제 이하늘·윤태구 기자) "국내 기업들은 더 큰 해외로 나가 그 시장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더 이상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쟁은 하지 말고, 소비자나 고객이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 시장에 맡깁시다. 앞으로 삼성과 LG도 3D 콘텐츠 공동투자 등 협력 모델을 만들어 상호 윈·윈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삼성전자 VD사업부 윤부근 사장)

"TV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국내 양사는 1, 2위를 달리며 기술 및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진흙탕 싸움은 빨리 끝내고 해당 산업에서 대한민국의 힘을 더욱 키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

10일 삼성과 LG의 TV·디스플레이를 이끌고 있는 양사 수장이 한 목소리로 3D TV 기술 논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연초부터 시작된 삼성과 LG 양 진영의 격한 논쟁은 정도를 벗어났다는 비판을 들었다. <관련기사 8·11면>

하지만 지난 8일 삼성전자는 양 진영의 3D TV 비교 시연을 갖고 "앞으로는 3D 논쟁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10일 권 사장 역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간담회와 비교 시연을 통해 3D 기술 소모전을 빨리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양측 모두 자신들의 기술과 주장을 충분히 설명한 만큼 앞으로 판단은 소비자들에게 맡기겠다는 설명이다.

이들 양사가 올해 격렬한 논쟁을 펼친 것은 해당 시장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무안경 방식은 아직 많은 걸림돌이 남아있어 상용화 여부마저 불투명하다. 기술표준 경쟁에서 패배하면 앞으로 적어도 10년은 TV시장에서 주도권을 잃게 된다.

아울러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역시 이번 3D TV에 많은 것을 걸었다.

삼성TV를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최 부회장에게 3D TV 주도권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로 최 부회장은 10일 "해외에서는 양사의 기술이 논쟁거리도 되지 않는다"면서 "몇달만 지나면 시장에서 평가가 나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구 부회장 역시 직접 3D TV와 관련한 사안을 보고받을 정도로 애정을 쏟고 있다. LG 고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FPR 같은 기술을 갖고도 시장에서 실패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며 "TV사업부문 임직원들은 실패하면 사표를 내겠다는 각오로 이번 제품을 내놓았고, 그만큼 자신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측 모두 풀HD·시야각·크로스톡·플리커·2D화질 등 다양한 부분에서 각각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어 앞으로도 기술 논쟁 및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기술 논쟁으로 3D TV 부문에서 삼성과 LG의 대결구도가 성립돼 양사의 브랜드가 해외 경쟁사에 비해 더욱 부각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며 "과거 LCD 표준경쟁에서 양 진영이 경쟁을 펼치면서 결과적으로 대만 경쟁사를 제치고 1, 2위에 오른 만큼 3D TV시장에서도 이같은 경쟁이 오히려 양사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