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각종 악재에 기반마저 '삐끗'

2011-02-28 17:11
국내 경기 침체에 국제유가 상승, 원자재가 급등, 해외수주 급감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올해 들어 국내·외에서 터진 각종 악재에 국내 건설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칫 지난해부터 시작된 건설업계 부도 도미노가 올 상반기 절정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의 기반을 흔드는 근본적인 이유는 '경기 침체로 인한 일감부족'이다. 여기에 최근 유가상승으로 인한 원자재값 폭등, 중동사태로 인한 해외수주 감소라는 외부적 악재가 더해진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 4년째로 접어드는 건설-부동산경기 침체로도 모자라 원자재값 상승, 해외수주 난항 등이 겹쳤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일감 없어 자금사정 악화 지속

28일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10년 국내 건설수주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수주액은 4분기의 극심한 부진으로 13% 감소한 71조967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4분기에만 공공수주가 43.2% 감소하고 민간수주 역시 28.4%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일감이 들어와도 대형건설사들이 이를 싹쓸이 하면서 중견 건설업체들이 도산 도미노의 위험에 오랜 기간 노출됐다는 것이다.

특히 시공능력평가순위 20~100위권의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주로 공급하는 주택전문건설업체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지난 3~4년간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해 분양을 거의 하지 못했으며, 분양을 했더라도 미분양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라 자금사정의 악화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대형건설사들도 지난해 4분기 서울시의 공공관리자제도 시행과 함께 수주량이 48%나 감소하면서 자금운용까지 어려워진 상황이다.

최근 평가순위 20위권내 대형건설사들은 극심한 불황 탓에 단기적으로 부채 상환능력이 떨어져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와 PF 상환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또 팔 수 있는 자산을 모두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빚을 갚기 위해 더 많은 빚을 내는 '부채의 악순환'에 빠지고 있는 게 국내 건설사들의 현실이다.

◆ 유가 상승부담 그대로 짊어져

이런 상황에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건설업체로 넘어오고 있다.

철강업계는 철근 가격을 지난해 12월 톤 당 76만원에서 올해 1월 81만원, 2월에는 86만원으로 두 달 연속 올렸다. 두 달 사이 톤 당 10만원이 오른 것이다.

철강 업계에 따르면 원자재인 국산 고철 가격이 지난해 10월 톤당 41만~42만원에서 2월 말 현재 51만~52만원으로, 수입산도 지난해 11월 톤당 410달러 수준에서 510달러로 각각 급등해 철근 가격에 반영됐다.

더불어 업계는 국제적인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기타 건자재 가격도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시멘트 생산업체들도 주원료인 유연탄 가격 상승에 따라 시멘트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유연탄 매입가격은 톤당 144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110달러)에 비해 30% 이상 치솟았다.

또 유가 상승은 기계 장비를 많이 쓰는 하도급업체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굴착기·덤프트럭 등의 건설기계와 건설장비 운용에 기름값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의섭 건설산업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은 원자재가격을 올려 건설사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기계 장비를 쓰는 하도급 업체에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중동 사태…해외수주 타격

특히 최근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치적 불안이 중동으로 확산되면서 해외수주 실적감소 및 신규발주 취소나 연기, 공사비 지급 중단 우려에 건설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수주에서 중동지역이 차지한 비중은 66%로, 총 716억 달러 중 47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총 해외건설 수주예상액을 사상최대인 800억달러로, 이중 중동지역에서만 430억달러의 목표치를 설정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의 사태가 계속된다면 이같은 목표치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들어 현재까지 기록한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은 33억699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기록한 254억8117만달러의 7.6%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 2월까지의 중동·아프리카에서의 수주액은 211억4709만달러였지만 올해는 이에 16%에 불과한 13억2179만달러에 그쳤다.

이같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사중단 및 정권교체 등에 따른 미수금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현대건설은 지난 걸프전 당시 이라크에서만 11억달러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경험했으며, 대우건설도 그 이전 미국의 리비아에 대한 금수조치로 5억달러의 공사비를 수금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 정세가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 및 각 업체들과 연계해 현지 상황을 실시간 체크하고 있다"면서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리비아의 상황 악화와 정부의 철수 권고에도 불구하고, 현지에 머무르는 것도 상황 파악 및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