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퇴근후 죽었으면 좋겠다"…무서운 냉혈 여의사

2011-02-25 17:39
중국 의사-환자 간 신뢰 무너진 대표적인 사례

해당 여의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내용. [시나 블로그 캡쳐화면]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난 아무래도 너무 착한 것 같아. 어제 가족들이 몇 번이나 찾아와서 제발 호흡기를 떼 환자를 편안하게 보내달라고 부탁했지만 내가 거절했거든. 그런데 오늘 내가 퇴근하는데 그 환자가 피를 토하기 시작하는 거야. 아마 몇 시간 안돼서 죽을 것 같아. 뭐 어차피 난 퇴근했으니깐. 나랑 상관없는 일이지 뭐.”

“드디어 내 한계를 테스트 하는군. 어떤 환자 혈압이 갑자기 막 떨어지는 걸 보니 아마 한 밤중에 일어나서 시신을 거둬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추운 날에 말이지. 이불로 몸을 꽁꽁 싸매도 추운 판에…… 제발 내가 퇴근한 후에 죽었으면 좋겠다.”

“오늘 저녁 병원에 출근하니 기쁜 소식이 있지 뭐야. 오늘 오후 2시에 결국 그 환자가 죽었대. 오늘 밤은 잠 좀 제대로 자겠네! 내일은 놀러 나갈 수도 있겠다.”

최근 중국 광저우 산터우(汕頭)시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의사가 미니 블로그에 위와 같은 '개념없는' 내용을 올리자 중국 네티즌들은 곧장 이 의사를 ‘냉혈의사’라 부르며 맹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 글은 미니 블로그에 올라오자 마자 네티즌들이 퍼 나르기 시작하면서 다른 포털 사이트로 일파만파로 퍼졌다. 이 여의사에 대해 대다수 네티즌들이 ‘냉혈인간’ ‘비양심적’이라고 비난을 쏟아냈지만 일부 소수 네티즌들은 ‘사실을 말한 것 뿐이다’ ‘의사와 환자 관계가 삭막해진 만큼 이해할 수 있다’는 동정론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 여의사 올린 글이 문제가 된 이후 해당 병원 측에서는 해당 의사의 환자 진찰을 중단시키고 세탁실 관리 담당자로 직위를 강등시켰다.

해당 병원 측은 “해당 의사가 비록 잘못을 시인하지는 않았지만 태도는 매우 진실해 보였다”며 “만약 이번 일로 병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대중에 공개사과 하겠다는 뜻도 보였다”고 전했다.

문제의 여 의사는 의사 경력 3년으로 평소에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성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냉혈의사’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내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그 동안 얼마나 삭막한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중국 위생부 의학윤리 전문가 위원회의 둥위정(董玉整) 박사는 “일반 서민들이 그 동안 의사에 쌓였던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내 ‘칸빙난, 칸빙구이 (看病難, 看病貴·병원 문턱은 너무 높고, 병원 진찰료는 너무 비싸다)’현상이 만연해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와 환자 간 소통이 부족해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환자는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둥 박사는 “그러나 최근 현대사회에서 의사가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며 “앞으로 의사와 환자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소통을 강화하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방을 잘 배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