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이얼, 하이마트 입점…이번에는 통할까
2011-02-23 18:02
전국 285매장에 백색가전 공급…대우일렉서 AS 대행
(아주경제 조영빈 기자) 중국 최대 가전 기업 하이얼이 하이마트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국내 시장의 변방에 머물러 있던 하이얼이 국내 브랜드 일색이던 가전 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3일 전자제품 유통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하이얼이 전국 하이마트 매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급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하이얼 관계자도 “하이마트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구체적인 제품 라인업에 대해서는 중국 칭다오 본사와 협의중”이라며 “다음달 중순 이후 구체적인 제품 라인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3조 500억원을 기록한 국내 최대 가전유통 기업으로 전국 285개 매장을 거느리고 있다. 중국계 가전 브랜드가 하이마트에 입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얼 역시 중국 1위 가전기업인 동시에 160여개 국가에 5만 9000여 개의 판매 네트워크를 거느린 글로벌 가전기업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미미했다. ‘중국 가전 브랜드’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하이얼은 지난 2004년 국내법인 설립 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LCD TV, 에어컨, 와인셀러 등 주요 가전제품의 하이마트 진입을 꾸준히 시도 해왔지만 중국 제품에 대한 선입견에 번번이 가로 막혀 왔다. 이번 입점으로 그 선입견을 깰 수 있는 기회를 맞은 셈이다.
또 약점으로 평가되던 AS(애프터 서비스) 문제가 해결된 것도 이번 계약 성사를 가능케 했다.
하이얼은 지난 2008년 대우일렉트로닉스와 AS 대행 계약을 맺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전국적인 AS망을 확보하고 있는 대우일렉트로닉스와 손잡은 것은 하이얼 입장에서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하이마트측 관계자는 “하이마트는 제품 품질과 사후 서비스를 브랜드 입점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며 “하이얼이 입점하는 것은 이런 가치를 만족시켰다고 판단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이얼의 국내 시장 안착 여부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상존한다.
디스플레이서치 관계자는 “LCD TV 등 평판 TV 시장에서 하이얼이 얼마만큼 실적을 올릴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브랜드 선호도가 워낙 강해 하이얼이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국내 가전시장은 삼성·LG·대우 등 국내 브랜드 등의 독과점이 계속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도 국내 브랜드가 일본·미국 등 주요 브랜드를 제치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복수의 대형 가전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고품질 소형 가전을 찾는 소비자들이 최근 크게 늘었다”며 “하이얼이 글로벌 백색가전 시장에서 손꼽히는 브랜드인 만큼 고품질 중저가 소형 제품 시장을 공략한다면 중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팔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시장 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하이얼은 세계 백색 가전시장에서 2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