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불만 하늘 찔러" 납세자연맹 회장 발언에 MB는 "..."

2011-02-18 09:09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1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공정사회 추진회의’에 참석한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의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회의 토론에서 ‘조세 문제를 통해 바라본 공정사회’란 주제로 약 6분간 발언했다.
 
 김 회장은 올 연말 일몰 예정인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와 관련, “최근 전개한 폐지 반대 서명운동에 1주일 만에 6만여 명이 참여했다”면서 카드 소득공제 폐지에 반대하는 근로자 등 국민의 민심을 전하는가 하면, “정부가 금융소득보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중과세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그는 정부가 이날 도입키로 발표한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세무검증제’에 대해서도 “‘신고납세제도’라는 조세의 대원칙에 위배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고, “물가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유통회사를 세무조사로 압박하는 최근 정부의 조치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날 김 회장의 발언을 듣고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은 납세자연맹이 공개한 김 회장 발언 전문.
 
 공정사회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성공하기 위해선 “뭣보다 불공정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 불공정으로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먼저 어루만져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한국납세자연맹이 최근 전개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반대 서명운동’에 1주일 만에 6만여명이 참여했는데, 서명코너에 남긴 글들을 보면 근로소득자의 세금 불공평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서명자 김모씨는 “1인당 신용카드공제액이 연간 25만원 안팎에 그치는데, 매달 휘발유세 금로 15만원에, 1년이면 180만원 낸다. 재벌이나 나나 똑같이 이렇게 같은 간접세를 물리는데, 직접세를 좀 줄여달라는 게 뭐 그리 문제가 되는가”, “종부세는 없애버리고 우릴 잡느냐”, “부자감세 하고 4대강 하느라 돈이 부족하냐”는 등 불공평에 화난 민심을 읽을 수 있습니다. 특히 29세 여자, 35세 남자 등 독신 근로자가 가장 많이 참여했는데 독신근로자의 경우엔 보험료와 신용카드 공제가 전부여서 공제 폐지 반대에 참여가 많았고, 봉급을 받아 양가 부모에게 생활비를 보내주고,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전세금 인상으로 빠듯한 생활을 유지하는 서민들은 증세에 대해 “노(NO)”라는 민심입니다.
 
 배우자가 1년에 겨우 100만원 번다는 이유로 연말정산 때 배우자 공제와 특별공제도 안 해주고, 이걸 모르고 공제받았다가 소득보다 더 큰 세금을 추징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4대 보험에 대한 불만도 높은데, 배우자가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자기 사업을 시작하면 사업초기라 소득도 없는데 맨 먼저 국민연금에서 지역연금 보험료를 내라고 전화가 오고, 배우자 명의의 집이 있다면 매달 지역건강보험료가 10만원 이상 부과됩니다.
 
 배우자 명의로 14억원짜리 은행 예금을 넣어서 4000만원의 분리 과세 이자소득이 발생하는 경우엔 배우자 공제도 받고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데, 유독 열심히 일한 대가인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대해 중과세하니 불만이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습니다.

공단에 전화하면 “법이 그렇게 돼 있다.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공단 직원의 고압적인 말뿐입니다. 이렇게 매달 억울함을 당하는 국민이 수백만명이고, 지역 건강보험·국민연금 장기체납자가 100만명이 넘습니다. 보험료 부과기준의 불공평문제로 사회적 약자배려라는 사회보험이 오히려 약자에게 고통이 되는 어이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과에 대한 불공평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쉽지 않은 복잡한 문제인데, 그 이유는 섣불리 법을 개정하면 또 다른 불평등과 세수부족을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불공평이 현 정권이 야기한 문제는 아니지만 납세자의 불만은 현 정권을 향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정사회’가 납세자의 신뢰를 받으려면 “납세자들이 왜 억울한지에 대해” 먼저 공감을 표시해야 합니다. 모든 공감은 논리적 설명이나 반박보다 앞서는 것입니다. 먼저 잘못된 법과 행정에 대해 내용을 파악하고, 국가가 먼저 사과를 표시하고, 그 다음에 “이런 불공평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 “그래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얘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과거 정권에서 불공평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대립’시키면서 비합리적이고 인기영합적인 포퓰리즘 정치행태를 보인 바 있으며, 지금도 한국정치는 이런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한두 가지 예만 들어 보겠습니다. 고소득전문직의 세금탈루 방지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무검증제도는 ‘신고납세제도’라는 조세의 대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납세자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 세무대리인에게 국가업무인 세무조사 권한을 줘 납세자에게 불이익한 행위를 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세무검증제는 소득세 신고 전에 “세무대리인으로 하여금 약식 세무조사를 시켜 납세자에게 세무사가 세금을 탈루하지 않았다는 확인서를 받는 제도”로, 이는 세무 대리인이 납세자 앞에선 ‘당신을 위해 세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하면서 돈을 받고, 돌아서는 국세청의 세금징수를 위해 납세자의 탈세를 고자질하도록 하는 것으로 국가가 국민에게 “거짓말하라, 부정직하게 살아라, 부도덕하게 살아라”고 말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는 제도입니다.
 
 물가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유통회사를 세무조사로 압박하겠다는 최근 정부의 조치는 더 큰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긴급한 국정현안에서 조기에 성과를 내야 하는 공직자의 압박감을 충분히 이해하더라도 세무조사를 정치·정책적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어처구니없는 실책으로 보입니다. 한국도 미국과 같이 “고위 공직자가 국세청에 정치적 세무조사 압력을 가하면 형사처벌하는” 조항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불공정이 만연해 있고, 국민은 매일 그 불공정에 따른 억울함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감을 심어주면 기대는 실망으로, 실망은 비난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법령과 제도는 물론, 공직자, 나아가 모든 국민의 의식변화와도 밀접한 공정사회는 하루 아침에 구현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정부가 조급한 마음에 뭐든 성과를 보여주려고만 한다면 진정성과 신뢰를 얻기 힘듭니다. 기본을 지키면서 국민의 아픔과 불만에 대해 공감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에서 공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는데, 공정한 법 집행이 정당하기 위해선 그 법이 타당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법 중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법이 너무 많아 국민이 많이 반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