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개발에 신음하는 한반도] 대구는 공사판...시뻘건 벌판에 먼지만 '풀풀'

2011-02-10 16:15
경제자유구역 등 무리한 개발, 찾는이 없어 발동동

대구시 동구 신서동 일원에 조성 중인 대구혁신도시 건설공사 현장. 이곳이 첨단의료 복합단지 예정지구임을 알리는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10일 오전 11시 대구시 동구 신서동 일원. 전국 11곳에 지정된 혁신도시 중 하나가 들어설 이곳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한창 부지 조성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지 뒷쪽에 위치한 초례산은 원래 이 지역 주민들의 쉼터였으나 현재는 등산로 대신 커다란 공사길이 생겨 대형 트럭들이 돌아다니고 곳곳에는 커다란 흙과 자갈 더미가 쌓여있다.

공사장에서 발생한 뿌연 먼지는 앞쪽 아파트 단지로 날아가고, 부지 한쪽에는 '첨단의료복합단지'라고 쓰여진 파란색 깃발들이 바람에 휫날리며 이곳에 앞으로 대규모 의료단지가 조성될 것임을 알리고 있다.

대구에는 이처럼 대규모 개발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이시아폴리스(117만7000㎡), 성서5차첨단산업단지(146만6000㎡), 대구테크노폴리스(727만㎡), 대구국가과학산업단지(851만2000㎡) 등 산업단지가 조성 중이다. 대구와 인접한 구미시, 영천시, 경산시 등에도 대규모 산업단지가 만들어 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무리한 개발 사업은 결국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의 11개 지구 중 3개 지구가 전부 또는 일부 취소됐다. 면적으로는 약 13% 정도가 줄었다. 이중 지난 2008년 5월 수성구 대흥동, 고모동, 이천동 일대에 지정된 수성의료지구는 사업시행자인 대구도시공사측이 사업비 약 1조원을 마련하지 못해 개발이 계속 중단되고 있다.

대구시 동구 봉무동의 J공인 관계자는 "동구에만 이시아폴리스, 혁신도시, 금호강 프로젝트 등 각종 개발 계획이 넘쳐나고 있다"며 "2009년에 땅값이 크게 올라 지역 주민들은 다른 외곽지역으로 이사가고 개발도 지지부진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두동지구. 지난 1994년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에 이어 2003년 10월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지난해 말 사업시행자인 LH가 자금 사정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다. 지난해 말에는 경제자유구역 해제 대상으로 분류하자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극에 달했다.

주민들은 "개발지구로 묶여 재산권을 가로막더니 토지 수용 전에 또 다시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해제한다고 하니 기가막힐 노릇"이라며 허탈해하고 있다. 결국 주민 반발 등으로 경제자유구역으로 남게 됐지만 사업자 찾기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비슷한 풍경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포함된 마천지구, 남산지구, 보배캠퍼스 지구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경남 진주시 문산읍 소문리 일원에 위치한 진주혁신도시는 당초 예정돼 있던 대한주택공사의 이전이 한국토지공사와의 통합으로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용지 분양률은 20%대를 밑돌고 있다.

경남 도민들도 진주혁신도시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경남발전연구원이 지난해 2월 발표한 '2010년 경남도정 주요현안 도민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진주혁신도시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10명 중 2명에 그쳤다. 조성은 되나 제 기능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63.5%로 월등히 높았다.

혁신도시가 향후 경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약 44%가 "그저 그렇다"고 답했으며 17%는 아예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향이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5%에 그쳤다.

특별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