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개발에 신음하는 한반도] 전남북 기업도시 축소·폐지에 해당지역 주민 '뿔났다'

2011-02-10 06:43
전남 무안 사업축소로 주민간 갈등 심화<br/>사업 취소된 전북 무주는 폭발 직전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백지화를 선언한 무주기업도시 예정지 전북 무주군 안성면 두문마을. 마을 입구에는 지난 5년 간 재산권 행사 제한 등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이미 다 끝난 얘기잖아요. 무안군 내에서 기업도시 이야기는 꺼내면 안되는 단어예요."

9일 전라남도 무안군 무안읍 시내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기업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묻자 나오는 반응이다. 무안군 주민들은 무안기업도시에 대한 말만 꺼내도 그저 고개를 흔들며 대답하기를 꺼렸다.

버스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M도시개발컨설팅 관계자는 "무안기업도시가 축소된다는 얘기에 무안군 전체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면서 "토지거래 제한이 풀려 거래는 가능해졌지만 문의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무안기업도시는 당초 한·중 합작 단지 1770만㎡와 국내 단지 1525만㎡를 합해 총 3295만㎡의 대단위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 중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유치가 저조하자 개발계획이 축소됐고, 이후 또 다시 추가로 축소되면서 결국 당초 계획 대비 7분의 1 수준인 495만㎡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던 1770만㎡의 땅도 495만㎡를 제외한 1275만㎡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됐다.

문제는 5년 넘게 토지거래나 개발제한에 묶여 재산권 행사를 못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쌓일대로 쌓인 것이다. 한 주민은 "개발한다면서 땅을 팔지도 못하게 해놓고는 이제와서 못하겠다니 말이 되느냐"며 "이렇게 해서야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격정을 토로했다.

사업이 축소되면서 사업지구에 포함됐느냐 안됐느냐에 따라 주민들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무안군 현경면에서는 바로 이웃 사이에 사업지구 포함 여부가 갈리면서 왕래도 끊긴 상태다.

59년째 현경면에서 살고 있다는 주민 J씨(59·여)는 "사업지구 취소 때문에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사업이 축소되면서 우리 땅은 빠졌는데 이웃 집은 여전히 포함돼 얼굴 보기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전북 무주군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날 찾은 무주군 안성면 두문마을 주민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정부와 사업자인 대한전선을 성토하고 있었다. 정부가 개발계획을 취소한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대책회의가 매일 열리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얘기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K씨(70)는 "왜 이제야 왔느냐"며 "주민들이 기업도시를 반대할 때부터 그 이후 강행한 사업이 파행으로 갈 때 들러서 세상에 알렸어야지"라며 기자를 원망하기도 했다.

J씨(68)도 "이젠 다른 건 다 필요없으니 제대로 된 보상만 해줬으면 좋겠다"며 "다른 곳에서는 제발 우리 같은 일이 안 일어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