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개발에 신음하는 한반도] 넘쳐나는 개발 프로젝트에 속빈 호남

2011-02-09 17:40
무안기업도시 완성 불투명...무주는 이미 백지화<br/>4대강 사업 겹친 나주시는 전체가 공사현장 방불

서해안과 남해안 개발축을 끼고 있는 호남권은 전 지역이 개발지구로 지정돼 있다고 할 정도로 개발계획이 넘쳐나고 있다.

호남권은 백제문화권과 해양농경·영산강·지리산문화권 등 4개 특정지역을 축으로 혁신도시 2곳(전북혁신도시, 광주·전남혁신도시)과 개발촉진지구 14곳이 지정돼 있다. 기업도시는 당초 전남기업도시(무안)와 영암·해남기업도시, 무주기업도시 등 3곳이 지정됐으나 최근 무주기업도시가 백지화되면서 2곳으로 줄었다.

8일 찾은 전남 나주시는 나주역을 빠져나오자마자 대형 도로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공사현장 그 자체였다. 나주시청에서 나주시를 가로질러 혁신도시로 이어지는 도로였다.

나주시 면적의 약 10%에 이르는 공간에서 각종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맞다는 현장 관계자의 설명처럼 광주·전남혁신도시(빛가람)로 지정된 나주시는 4대강 살리기 사업까지 더해지면서 마치 시 전체가 공사현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광주·전남혁신도시는 나주시 금천·산포면 일원 7.315㎢ 부지에 1조4181억원을 투입해 내년 말 조성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1월 현재 6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전 예정 공공기관은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전력거래소, 농수산물유통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 15곳이다.

부지조성 공정률 60%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민간 대상의 용지 분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주혁신도시지원단 김복수 팀장은 "한전 부지 조성공사가 마무리되는대로 민간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시기는 아마도 6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혁신도시는 부지 조성공사 속도는 더디지만 용지분양은 성적이 좋은 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문제가 가닥이 안잡힌 상황이지만 부지 조성공사는 현재 공정률 50%에 육박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 6월이면 부지 조성공사는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혁신도시 지원단 관계자는 "현재 부지 조성률 48%에 분양률 50%로 순조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기업도시 백지화에 주민 강력 반발

전북혁신도시가 비교적 순항을 하고 있다면 기업도시는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기업도시 개발계획이 전면 취소된 무주기업도시. 문화관광부는 당초 전북 무주군 안성면 일원 7.6㎢ 면적에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를 조성키로 했다가 결국 포기했다.

사업시행자인 대한전선(96%)과 무주군(4%)이 자금부족 등을 이유로 손을 떼면서 결국 무산됐다. 무주기업도시는 이미 지난해부터 대한전선의 사업 포기로 개발구역 해제절차가 진행돼 왔다. 문화부와 무주군이 대체 사업자를 찾으려 했으나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최종적으로 사업을 접은 것이다.

개발계획이 백지화되면서 그동안 토지거래뿐만 아니라 개발행위를 제약받았던 농민들은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호소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성면 두문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처음부터 주민들은 사업 추진을 반대했지만 듣지 않았다"며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없던 것으로 돌리면 말이나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성용 전북도 관광개발과장은 "5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못하는 등 피해를 당했으니 보상해달라는 것이 주민들의 입장이지만 주사업자인 대한전선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무주군에서 피해보상 계획을 수립해 요청하면 지원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안기업도시도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무안기업도시는 당초 중국 자금이 투입되는 한·중 합작 단지 1770만㎡와 국내 단지 1525만㎡ 등 총 3295만㎡의 대단위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내 단지는 참여기업인 프라임그룹이 자금난으로 사실상 사업을 포기했고, 한·중 합작 단지도 국내 업체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진척이 없다.

이에 따라 무안군은 중국 측과 함께 확보된 538억원을 토대로 한·중단지 위주로 사업을 축소, 항공 특성화단지(항공클러스터)로 사업을 바꿔 진행할 예정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물론 이 과정에서 1770만㎡였던 사업면적도 500만㎡로 축소됐고, 자본금도 430억원으로 줄었다.

무안군 전안수 기업도시추진단 과장은 "무안국제공항 옆에 조성되는 국내 첫 항공기정비센터(MRO)에 투자하기로 한 시버리그룹이 항공클러스터단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달 중 관련사업 용역 결과가 나오면 투자유치 작업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안기업도시 역시 지난 1월 해당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면서 무주기업도시를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F1(포뮬러1) 경기를 개최하면서 주목을 받았던 전남의 영암·해남기업도시도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F1 자동차 경주장이 들어선 영암 삼포지구만 1단계 사업이 완료됐을 뿐 나머지 영암 삼호지구와 해남 구성지구는 사업 착수를 위한 실시계획 승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 개발촉진지구도 곳곳서 '삐그덕'

지역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지정된 개발촉진지구 개발사업도 곳곳에서 삐그덕거리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전남·북에 걸쳐 지정된 개발촉진지구는 17개 군 1200㎢에 달한다.

이 가운데 1차로 지정된 진안·임실과 순창(3차), 고창(4차)은 지구지정 승인을 받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진안·임실은 당초 8개의 개별사업 중 5개가 완료되고, 2개는 폐지됐다. 지금은 성수·온천지구 개발이 진행 중이다. 대부분 지역이 최소 3년에서 길게는 10년 정도가 늦어져 최종 완료시점은 2020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특히 3차 사업인 순창지구 사업은 지난 1999년 정부 예산이 끊겼다가 다시 재개된 바 있다.

전남은 신안·완도(1차)와 곡성·구례(2차), 보성·영광(4차)이 지구지정 승인이 끝나고 사업이 진행 중이나 전북과 마찬가지로 당초 계획보다 일정이 늦어지거나 사업이 축소되고 있다.

특정지역은 백제문화권 특정지역 등 4곳이 지정돼 호남권 개발의 축을 이루고 있다. 현재 2170.29㎢가 지정돼 있으며, 앞으로 추가지역까지 포함하면 최대 400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백제문화권은 충남 부여와 전북 익산 등 1915.46㎢ 면적에 2조7283억원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문화테마파크 조성공사는 지난해 마무리됐다. 1993년 백제문화권 특정지역으로 지정된 지 17년, 1998년 기공식 이후 12년 만이다.

해양농경 특정지역은 김제시(122.9㎢), 부안군(361.5㎢), 정읍시(90.7㎢), 고창군(491.2㎢) 일원에 지정돼 있다. 전북 전체 면적의 13.2%에 해당한다. 오는 2019년까지 국비 3137억원, 지방비 2227억원, 민자 2163억원 등 총 7527억원이 투입된다.

영산강 특정지역은 전남 나주·담양 등 영산강 유역 1시 7군 5읍 17면 809㎢에 걸쳐 총 1조1301억원이 투자된다. 여기에 무안과 담양, 장성, 화순, 해남군 등 5개 시·군 30여개 읍·면·동을 추가해 3배 이상 확장된 2435.04㎢로 확대하는 방안이 현재 검토되고 있다.

또 앞으로 지리산 문화권 특정지역이 전북 남원시, 장수군, 전남 곡성·구례군 일대에 2019년까지 총 사업비 1조5000억원을 들여 추진될 예정이어서 이같은 초광역권 개발사업에 수요가 뒤따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별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