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집트와 SNS의 힘

2011-05-30 09:36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15년 전, 호주에서 기자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었던 라팟(Raefat) 선생님은 이집트인이었다.

그는 호화 저택에 사는 등 '오스트레일리안 드림'을 이룬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 그는 이집트에서 더 부유하게 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집트에서는 해외로 이민 가려면 자신이 지닌 모든 재산을 두고 떠나야 한다"며 이집트 정부의 각종 불합리한 조처에 대해 설명하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오래전 고향 이집트 땅을 떠나왔지만 아직도 그곳에선 같은 대통령이 지배하고 있다. 또 그곳 사람들은 더 이상 정부의 불합리와 부패, 또 30년 묵은 대통령을 견딜 수 없다고 2주째 소리높여 외치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언론을 통제하고, 종교단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등 정치세력을 제한했다. 부정선거를 통해 연임했고, 대통령 선거 입후보 자격을 까다롭게 설정해 단독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은닉재산은 7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모두가 문제점을 알고 있다고 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사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번 대규모 시위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웹사이트가 국민들 사이에서 촉매처럼 작용한 것이 주효했다.

한갓 새들의 지저귐(트윗·tweet)이 거대한 민중의 거대한 함성이 되어 정부를 덮친 것이다.

라팟 선생님처럼 혼자 울분을 토해도 아무런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일들이 SNS로 '연대’되면서 변화로 연결되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민주주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이집트 정부와 야권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은 헌법개정에 합의했다. 그렇지만 무바라크 대통령은 여전히 9월 대선 전 물러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지금 당장 떠나라"고 다그치고 있다.

독재라는 야만에 맞선 이집트 국민들이 인간 본연의 가치와 공동선을 위한 지금의 외침을 이어나가길, 또 민주화 물결이 더욱 더 강력하게 인근 국가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