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개발에 신음하는 한반도] 충청권, 인구 유입 없는데 관성적인 개발에 '올인'

2011-02-08 17:08
-충북혁신도시 부지조성공사만 4년 째...공정률 10% 안돼


“절대적으로 여건이 되지 않는데 정부가 너무 끼워맞추기 식으로 개념을 잡았어요. 수십년 간 터를 잡고 살아온 주민들을 내쫓고는 교육·문화·건강의 도시로 조성한다구요?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지요. 주변에 학교가 있나요, 대형 병원이 있나요. 그렇다고 인구가 많은가요. 이건 정말 아닙니다.”(충북 음성군 맹동면 주민 박순덕씨·여·60)

8일 찾은 충북 음성군 맹동면 두성리. 사업부지를 둘러싸고 있는 가림막(휀스)과 입구 곳곳에 설치된 방범용 폐쇄회로TV(CCTV),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혁신도시사업단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 등이 충북 진천·음성혁신도시(이하 충북혁신도시) 부지에 도착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충남 연기·공주혁신도시(세종시)와 함께 충청권에 들어서는 충북혁신도시는 충북 진천군 덕산면과 음성군 맹동면 일원 총 692만5000㎡에 조성된다. 1만2000가구의 주택을 지어 4만2000명을 수용하게 된다.

하지만 충북혁신도시의 미래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지난 2005년 혁신도시로 지정되고 나서 2008년 9월 부지조성공사에 착수했지만 5개 공구의 평균 공정률은 현재 10% 미만이다.

지난해 초에 비해서는 다소 진척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사업속도는 지지부진하다. 여기에 문화재 시굴조사와 주민들의 반발까지 겹치면서 공사는 더욱 늦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공사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100% 확보해 놓은 상태이지만,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민이 이주했을 정도로 주민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며 “여기에 중장비업자들의 횡포까지 겹쳐 원도급자들이 공사를 진행하는데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사장 내부는 각종 중장비가 들어와 있었지만 실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장비는 굴삭기 10여대에 불과했다.

공사 관계자는 "겨울철이라 공사 진행이 빠를 수는 없다. 필요한 만큼만 중장비를 동원하는 것이 예산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내년 말까지 공기업 이전이 완료될 예정인 만큼, 선입주 공기업 입주 예정부지부터 차질없이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혁신도시 부지조성이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그 이후가 더 문제다. 음성군의 경우 2010년 12월 말 현재 인구는 총 9만6214명으로 지난 2005년 같은 기간에 비해 1만여명이 늘어난 상태이며, 진천군은 2005년 이후 7만명을 넘어서지 못하고 줄곳 6만명대에 머무르고 있다.

혁신도시 인근에 대규모 택지개발과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부담스런 요인이다.

인근 주민들은 "2013년까지 부지조성을 마친다고 하지만 공무원들도 내려오지 않으려고 하는 판에 누가 여기까지 내려와서 살려고 하겠느냐"며 "인근 맹동면 일대에도 임대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고, 금왕면에 진행 중인 대규모 택지개발도 축소되고 있어 여러가지 면에서 기업유치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인구가 유입돼야 하는데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쉽지 않고, 이 때문에 자칫 혁신도시가 ‘불꺼지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기업이 이전한다 하더라도 정주 인원이 당초 계획 인원보다 크게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아파트 건립사업에도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공동택지의 경우 LH가 자체 개발하는 9필지 외에는 분양이 완료된 부지가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충북혁신도시가 당초 계획대로 교육·문화 특구로의 개발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충북도청 관계자는 “충북혁신도시의 성공을 위해서는 특수목적고등학교 등 우수 학교 유치와 정주 여건 및 기업환경 개선 등의 특화사업 활성화 방안이 절실한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대안이 전혀 없다”며 “이전 예정 기관의 이전 시기도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민간 기업 유치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구가 혁신도시로 유입될 수 있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공공기관이 이전한다 하더라도 가족 단위 인구 유입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충북 혁신도시 사업단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차량으로 1시간 정도면 도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가족단위의 이주민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게다가 교육 환경이나 주변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이주를 꺼리는 공무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전 대상 공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는 가족을 동반해 이주하겠다는 응답자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높은 조성원가 또한 기업·혁신도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혁신도시의 조성원가는 3.3㎡당 100만~200만원 수준으로 이 가격에 용지를 분양한다 하더라도 인근지역의 산업단지보다 2~6배 높다. 이는 결국 기업유치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혁신도시 건설로 주변 기존도시의 기능이 쇠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혁신도시가 지역성장의 거점으로 발전하기는 커녕 오히려 인근 도시의 공동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족기능을 갖출 수 있을지도 의문시되는 시점에 주변 지역과의 연계발전 방향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혁신도시의 땅값은 높은 수용가와 주변 인프라 비용 부담으로 인근 산업단지보다 2∼6배 높다”며 “시행자의 자금난, 저조한 용지분양률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입주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등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별기획취재팀

<특별기획취재팀> 팀장=김영배 부장, 정수영 차장, 권영은·유희석·박성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