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 사태 ‘판도라의 상자’ 되나

2011-02-06 12:05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대한해운이 기업회생절차를 법원에 신청하면서 해운·조선업계에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구조조정 바람이 다시 불고 있는 것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금융기관이 대한해운 사태를 계기로, 담보대출비율(LTV·loan to value)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한편, 선박 가치하락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해지자 손절매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이같은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경우, 당장 소규모의 선대를 보유한 선사들이 구조조정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된 시황 때문에 수면 밑으로 가려 앉았던 해운업계 구조조정이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또한 벌크(건화물선) 시황이 급락하고 있는 점도 금융기관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지난 28일 전주대비 233포인트 하락한 1137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2009년 2월 2일 1099포인트 이후 가장 낮은 수준.

호주에 이어 원자재 수출국인 브라질에서도 홍수가 발생, 화물 수송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운임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또한 대한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벌크 시황에 부담으로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각국이 홍수와 자연 재해 등으로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곡물과 광물 등 대체수요는 더디게 발생하고 있다”며 “단기간의 급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도량 증가에 따른 선박수 급증으로 스폿 시장에 선박들이 쏟아져 나올 경우 벌크 시황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벌크 시황이 통상 5~6개월 정도 컨테이너선 시황을 선행한다는 점에서 조만간 컨테이너선 부문도 시황 하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회복세를 보이던 컨테이너 시황마저 무너진다면, 금융기관들이 벌크 선사에 적용하던 담보대출비율을 컨테이너 선사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김경기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대한해운이 국내 수위권의 건화물 전문선사로서 용∙대선 영업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과 최근 건화물 시황이 다시금 침체국면에 접어든 점을 감안할 때 벌크 선사들에 대한 우려가 특히 높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중소 선사들이 구조조정 대상에 편입될 경우 국내 중소 조선업체들도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해외 수주가 대부분인 대형 조선사들과 달리, 이들 업체는 주로 국내 중소 선주로부터 선박을 수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