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둔 대형마트·재래시장 가보니…설 경기 온도차 '뚜렷'

2011-01-30 20:02
대형마트 고객 몰려 '북적'… 재래시장 한파 직격탄 '한산

(아주경제 변해정·강규혁 기자) 소비 심리가 회복되면서 몇 년간 움츠렸던 명절 인심이 되살아나고 있지만, 유통업태별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고급 선물세트가 잔뜩 진열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룬 반면 기록적인 한파와 치솟은 물가로 재래시장은 설 대목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백화점·마트는 '즐거운 비명' = 29일 오후 2시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설 선물세트 판매코너에 투입된 개량한복 차림의 판촉 도우미들의 호객 행위로 어수선했다. 매장 곳곳에 마련된 선물세트 배송 접수창구에도 직원들이 손님 주문을 받거나 한 켠에 쌓아 놓은 송장(送狀)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굴비 매장의 한 점원은 "이번 설은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이상기온 등의 영향으로 작년과는 선물 트렌드가 많이 달라졌다"며 "10만원대의 굴비를 비롯해 과일·한과·홍삼 등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20~50만원대의 와인·전통주 선물세트와 100만원대의 청정 수산물세트도 몇 개 남지 않았다.

이마트 자양점도 매장 입구부터 고객 행렬이 이어졌다.

제수용품을 장만하러 나왔다는 주부 오 모(63)씨는 "돼지고기, 달걀 등 식품 물가가 너무 뛰어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지만 차례상을 안 차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예산이 빠듯해 지인에게 보낼 선물은 한우 대신 가격 상승세가 덜했던 수산물이나 상품권으로 대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육류코너 담당자는 "구제역 여파로 한우선물세트 물량이 지난 추석 때보다 크게 줄었지만, 추운 날씨 탓에 대형마트로 고객이 몰리면서 제수용으로 사가는 비율은 오히려 늘어난 것 같다"고 귀뜸했다.

이마트 측은 설 대목 수요가 정점에 이르는 마지막 주말임을 감안, 3만원 이상 물품에 대해서는 전국 무료 택배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판촉에 열을 올렸다. 

◆설 대목 실종된 재래시장 = 치솟는 물가에 장기간 한파까지 겹치면서 재래시장은 설 특수는 커녕 경기가 더 꺾였다.

지난 28일 남대문 의류도매상가에서 만난 비비드(아동의류업체) 유명화 사장은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히 설 빔 물량을 늘리지 않았다. 예전과 달리 평소에 옷을 구매하는 경향도 있지만, 물가가 올라 밥먹고 살기도 빠듯해지자 가장 먼저 의류비 지출을 줄이는 거 같다"고 말했다. 2평(6.6㎡) 남짓한 매장에 딸린 식솔은 사당동 공장 직원을 포함, 총 20명이다. 유 사장은 "15년 넘게 아동복을 팔고 있지만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될 때가 없었다. IMF 때도 1000여장씩 나갔는데 요즘은 10분의1도 못 팔 때가 부지기수다. 공장을 돌리는 게 오히려 적자라 문을 닫아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혹한으로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도 뚝 끊겼다. 간간히 3~4명씩 무리 지어 다니는 손님들이 눈에 띄었지만, 이마저도 한국에 관광을 온 외국인들이었다.

종로 광장시장에서 만난 동원청과 이준행 사장은 "대형 유통점에 밀려 재래시장에서 명절 대목을 사라진 지 오래다. 올해는 날씨까지 추워 손님이 더 줄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 사장과 대화를 나누는 20여분간 물건을 사러오는 손님은 단 1명도 없었다.

유양수산 이혜숙 사장은 "작년 이맘때보다 손님이 50%에도 못 미친다"면서 "전통시장 물건이 싸다고 쇼핑 오던 시대도 인터넷쇼핑몰이 생기기 전에 얘기다"라고 말했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판매한 온누리상품권의 효과도 전혀 체감할 수 없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강삼중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지원실장은 "최근 이상기후와 구제역 등에 따른 물가 상승이 재래시장 소상공인의 경영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조속히 물가안정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