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미생물이 ‘소셜 네트워킹’ 한다!
2011-01-26 11:38
영국 생태학지 발표… 식물의 자기방어시스템 규명
(아주경제 이규복 기자)식물이 해충의 공격에 대항해서 자체 면역을 증진시키기 위해 뿌리 주위의 유용한 미생물을 유인하는 현상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충민 박사 연구팀은 식물이 지상부에서 일어나는 해충의 공격을 지하부에 신호를 보내 알리고 면역을 증진하는 세균과 곰팡이를 뿌리주변의 지하에서 유인해 밀도를 높임으로써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해충의 공격에 대비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밭작물인 ‘고추’와 고추의 잎사귀에 서식하며 체액을 빨아먹어 고추의 성장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해충인 ‘온실가루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류 박사팀은 고추가 잎사귀에 있는 온실가루이의 공격을 받자 전혀 다른 부위인 뿌리 주변의 유익한 미생물을 뿌리분비액에 포함된 유인 신호로 끌어들여 자체 면역을 증진시킴으로써 온실가루이가 고추를 효과적으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식물과 미생물 간에도 서로 긴밀한 대화를 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 팀은 2009년에도 병원균에 감염된 식물이 주위의 동종 식물에게 냄새(휘발성물질)를 풍겨 병원균이 공격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해당 병원균에 대한 주변 식물의 저항력을 현저히 증강시킨다는 점을 발견한 바 있다.
이는 식물과 식물 간에 대화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이런 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빈번히 이뤄진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류충민 박사는 “이번 연구는 식물이 식물뿐만 아니라 미생물과도 대화해 해충을 퇴치하고 식물의 자체면역력을 키운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며 “식물의 신호를 찾아냄으로써 방제가 힘든 해충을 농약 없이 퇴치하고 건강하게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핵심연구)’과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미생물유전체 활용기술 개발)’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지난 17일 영국 ‘생태학지’에 우리나라 연과학자가 주도한 연구 성과로는 처음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