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가잡기에 철강업계 '가격인상' 눈치만
2011-01-23 17:27
(아주경제 김병용·이정화 기자) 정부의 물가잡기에 철강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철강제품의 가격 상승이 산업 전반에 걸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가 철강업계를 꼭 집어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스크랩(고철) 가격은 생철 기준으로 t당 50만원을 돌파했다. 지난 2주 동안에만 5만원이 오른 셈이다.
이로 인해 철강업계의 원가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 업계 관계자는 “철스크랩이 원가의 50~60% 정도 차지하고 있는 데다가, 스크랩뿐 아니라 선철 등 부자재들의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가 압박을 안 받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제 철스크랩 가격 폭등은 위험수준이다. 미국 폭설 등 자연재해로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 터키로 수출되는 미국 철스크랩의 가격은 t당 500달러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철강업계는 지난해 시장에 끼칠 영향을 줄이기 위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원가부담이 가중되면서 업체들의 버티기도 한계에 이르렀다. 현대제철은 최근 국내 가격 인상에 앞서 수출가를 인상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최근 중동으로 수출하는 H강의 가격을 t당 810달러(하역 기준) 수준으로 인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물가잡기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 정책으로 인상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철강가격 인상 자제를 직접 언급한 데 이어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도 최근 열린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석유화학, 철강 등 원자재 공급 대기업이 원자재 가격 인상을 가급적 최소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게다가 철강업계 3위이자 재계 순위 27위인 동국제강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되자, 업계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최근 분위기와 무관치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 동국제강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진행되자, 제품가격을 인상하려던 A업체는 내부방침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인상을 내부적으로 철회한 이유는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고려도 있었다”고 귀뜸했다.
일단 업계에서는 인상 시기를 설 이후로 저울질 하고 있다. 철스크랩 상승 추세가 멈추지 하는 데가 설 이후 정부의 물가잡기 고삐가 느슨해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 철근 유통업자는 “공시 가격은 오르지 않았지만 실제 거래 가격은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체들이 비수기인 1·2월이 지난 후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