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둘러싸고 외교안보 당국 '혼선'

2011-01-21 12:09

(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북한이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안한 가운데 외교안보 당국자들 사이에 회담 일정과 소관부처 문제 등을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한꺼번에 나오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국방부는 21일 북한이 제의한 고위급군사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을 다음 주 중반께 북측에 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고위급군사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을 내주 중반께 제의할 계획”이라며 “실제 예비회담은 2월 중순께 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남북회담을 위한 대북 통지문은 내주 초 발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와 통일부 대변인이 남북회담과 관련된 브리핑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서로 다른 얘기를 한 셈이다.
 
 북한은 고위급 군사회담 시기와 관련, 20일 우리 측에 보낸 전통문에서 "회담시기를 2월 상순의 합의되는 날짜로, 회담장소는 쌍방이 합의하는 편리한 곳으로, 북남 고위급 군사회담개최와 관련한 실무적문제를 토의하기 위한 쌍방예비회담 날짜는 1월말경으로 정하자"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북측이 이처럼 구체적인 회담시기를 정해 통지문을 보냈다는 것은 21일 오전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나오기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다.
 
 군 당국은 북한에 군사회담 제안 통지문에서 언급한 회담 대표의 수준에 대해서도 불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국방부는 당초 “고위급 회담은 국방장관 회담으로 해석해도 틀리지 않다”고 설명했다가 “장관급 회담이 될 수도 있고 장성급 회담이 될 수도 있다”라며 말을 바꿨다.
 
 장광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우리 생각과 북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실무회담을 해보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북측의 군사회담 제안을 받고 나서 북측에 다시 제안하겠다고 밝힌 '비핵화' 의제를 누가 담당할 지를 놓고도 통일부와 외교부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과거에 북한 비핵화 문제는 외교부가 담당해 왔짐나 북한과의 직접 연결되는 채널이 없어졌기 때문에 회담을 제안할 경우는 통일부가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최근 북한 비핵화 논의와 관련, “구체적인 행동은 다자적인 6자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도 “남북대화에서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성한 외교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남북대화에서 핵문제가 의제화된다면 외교부가 다뤄야 한다고 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해성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위한 당국간 회담도 필요하다는 원칙 아래 고위급 회담을 제안할 계획"이라며 "추후 부처간 협의를 거쳐서 하게 될 것이며, 어느 특정 부처의 소관인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천 대변인은 부처간 입장 표명에 혼선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향후 정부의 입장을 한 쪽에서 표명하는 방향으로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