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내 돈 내고 고쳐살려 하는데 정부가 왜…"

2011-01-20 00:26
<르포> 리모델링 수직증축 일반분양 불허…사업 보류·중단 속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위치한 매화마을 1단지. 지난 12일 리모델링 조합인가를 받고 인가를 축하하는 플래카를
 아파트 입구에 걸어놨다.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지난달 28일 국토해양부가 아파트 리모델링 수직증축(층수를 높여 가구수를 늘리는 것)을 통한 일반분양을 불허하기로 하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해오던 아파트가 사업을 보류하거나 혹은 잠정중단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19일 오전 10시 30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위치한 매화마을 1단지. 지난달 12일 리모델링 조합인가를 받고 본격적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리모델링 수직증축 불허방침에 가로막혀 현재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매화마을 1단지 리모델링조합 원용준 조합장은 "현재 매화마을 아파트는 15년 된 노후한 건물로 배관에서 녹물이 새 나오는 등 리모델링이 시급한 상황으로 재건축 연한까지 기다릴 수 없어 리모델링을 선택했다"며 "하지만 이번 수직증축 불허방침에 따라 당초 이 사업을 찬성하던 주민들의 불안심리가 가중되면서 현재 조합은 리모델링사업에 대해 관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곳은 당초 정부의 수직증축 불가 방침에도 대다수의 주민들이 주거 환경 개선을 촉구하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국토부와 청와대가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하면서 상당수의 주민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원 조합장은 "리모델링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대다수가 개인분담금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며 "최근 이들의 동요가 심해지자 다른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또 청와대의 새로운 용역 결과가 어찌 나올 지에 모두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가 1980년~1990년대 준공된 노후한 주택의 보수·수리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이 없으면서도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규제하고 있어 사업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화마을 1단지 아파트의 경우 올해로 15년째 접어든 노후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재건축연한(40년)에 묶여 재건축도 못하고, 현재로선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로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리모델링을 추진해왔던 단지는 총 18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준공한 단지는 9개에 그친다. 또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곳도 찾아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한 아파트는 총 163개 단지 10만3914가구로 이 가운데 45.3%, 작년 말 기준으로 74개 단지 4만7164가구가 사업을 보류 또는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리모델링을 추진한 113개 단지 5만6075가구 중 48.3%(55개 단지 2만7131가구)가 현재 사업을 보류 혹은 중단했고, 경기도는 전체 50개 단지 4만7839가구 중 41.9%(19개 단지 2만33가구)가 사업 추진을 멈췄다.

리모델링협회 관계자는 "시간적 제약이나 사업규모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재건축을 못하는 노후한 건물들이 리모델링을 선택한다"며 "정부가 주택관리를 위해 많은 아파트에 지원해 주기 어려워 주민들이 스스로 돈을 내고 고쳐 쓰겠다는 것이 리모델링사업인데 정부가 오히려 활성화시켜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