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값 '폭등'해도 '폭동'은 줄어

2011-01-06 15:27

쌀·밀 가격 추이 (출처 FT)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3년전 케냐 시내의 주요 거리에는 극빈층이 매일 폭동을 일으켰다. 식품가격이 급등해 한끼도 제대로 때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케냐인들의 주식인 차파티 가격이 전년에 비해 50%나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케냐 거리는 잠잠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자에서 2008년 식량위기 때보다 식품가격은 더 올랐지만 폭동은 현저히 줄었다며 그 원인을 분석했다.

국제 식량정책을 담당하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위기'를 규정짓는 광범한 폭동이 3년 전보다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 모잠비크, 볼리비아, 인도 등에서 식품가격 급등으로 인해 시위가 일긴 했어도 3년 전 30여개국에서 동시에 폭동이 일어난 것에 비해선 크게 줄어든 것이란 평가다.

압돌레자 아바시안 FAO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그 이유를 글로벌 식량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쌀과 밀 가격이 종전 최고치에 근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량 위기였던 지난 2008년 5월 국제 쌀 가격은 t당 1050달러를 찍은 데 비해 현재는 550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또 밀 가격은 2008년초 450달러를 넘어섰으나 현재 t당 3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또 지난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작황이 좋아 이들 국가들의 현지 가격이 낮았다는 점도 이유로 들 수 있다.

미국 식량기구 담당자에 따르면 미국 밀 가격은 지난해 5월에서 11월 사이 약 50% 가까이 급등한 데 비해 같은 기간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에서는 30%만 올랐다.

옥수수 가격도 미국에서는 같은 기간 45% 오른 반면 아프리카에서는 10% 하락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의 맥시모 토레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아프리카의 경작 상황이 개선됐다"고 평가하며 이를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식량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이 해외 농산품을 수입할 필요가 없게 되면 국제 식품가 상승도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기상악화로 경작 규모가 축소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