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1조달러 시대' 키워드는 '다변화(Diversification)'

2011-01-05 19:01

(아주경제 김선환 이광효 이미호 기자) 무역 1조 달러, 명목 국내총생산(GDP) 1조 달러, 주식시장 시가총액 1조 달러 등 이른바 '트리플 1조 달러 시대'의 한국 경제 화두는 '다변화(Diversification)'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선진경제 문턱을 넘어선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 등에 편중된 수출구조만 갖고는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이 공통된 지적이다. 따라서 수출시장과 산업의 다변화를 서둘러야 우리 경제가 명실상부한 선진경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물부문의 건실한 성장이 주식시장 시가총액 1조 달러 돌파의 배경이라는 점에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트리플 1조 달러… 산업경쟁력 반영
트리플 1조 달러 시대는 우리나라의 높은 산업경쟁력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김주한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부품·소재산업 분야와 관련,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엔고가 지속되는 등 일본 대비 우리나라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실제로 해외 바이어들이 일본에서 조달하던 품목들을 점차 우리나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이 좋아지고 환율이 안정된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 부품·소재 쪽 전망은 밝은 편"이라며 "최근 중국 수출 제한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희토류는 국내 기업들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선진국 시장을 통해 균형을 잡아간다면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트리플 1조 시대'에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중남미나 아프리카 및 중동 등 이머징 마켓 쪽으로 시장을 넓히고, 산업분야도 다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 선임연구위원은 "시장 다변화는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았을 때부터 이슈였다"며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커지면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 진출 영역을 선제적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력 수출산업분야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 연구위원은 "제조업에 기반을 둔 서비스업을 창출해야 한다"며 "소프트웨어가 가미된 지식산업, 자본집약적인 노동산업 등 사업분야간 융합화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조라는 수치를 떠나서 경제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산업구조 자체도 바뀌어야 한다"며 "특히 일자리 창출이 안되면서 산업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돌파구를 자본 및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찾고 일자리를 충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규모는 한국 경제의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1960년대 섬유, 잡화, 식품공업 등을 주로 수출했던 우리나라는 이제 스마트폰을 내세운 첨단 전자제품과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을 수출하며 무역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무역액 수치로만 봐도 1951년 1억 달러에서 60년 만에 1조 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전 세계에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미국과 독일, 중국, 일본 등 8개 나라로 한국이 올해 기록을 달성하면 아홉번째 나라가 된다.

이들 8개 국가의 전세계 교역 비중은 46.5%에 달하는데, 우리나라가 포함되면 49.2%로 세계 교역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주요 수출국 중 한국, 중국 등만 경제위기 이전보다 수출이 증가하였으며, 대부분 국가들은 위기 이전 수준에 미달했다.

◆실물-금융 균형발전 정책 절실
'트리플 1조 달러' 시대의 개막은 국내 금융시장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2011년 1조563억 달러로 대망의 1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멕시코(1조414억 달러)를 제치고 세계 13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실물경제를 선반영하는 증시가 1조 달러 시대를 먼저 열었다. GDP에서 무역규모가 차지하는 비율이 꾸준히 80% 이상을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GDP 대비 주식시장 총액 비율이 선진국보다 낮아 '유가증권 시가총액 1조 달러'는 외국인에게 국내 증시의 상승 여력을 보여주는 의미일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GDP 대비 시가총액은 전 세계(2010년 12월 21일 기준)에서 홍콩이 1116.7%로 가장 높았고, 이어 대만이 205.3%, 영국 147.1%, 한국 118.2%, 미국 105.4%, 일본 72.5%, 중국 67.1%, 독일 45.3% 순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1990년 80조원에서 2010년 현재 1100조원에 달해 GDP 수준을 뛰어넘었다. 파생상품시장의 성장은 더욱 두드러져 거래량 기준 주가지수옵션시장은 세계 1위, 주가지수선물시장은 세계 6위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의 자산규모가 모두 200조원을 넘어섰고, 글로벌 은행 순위에서 각각 100위 안에 위치한다.

금융투자회사(이전 증권사)의 경우 5대 대형사의 자기자본 평균이 2조5000억원에 달해 1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커졌다. 물론 글로벌 투자은행에 비해서는 현저히 작은 규모다. 보험사 자산규모도 10년 동안 3배 정도 커졌다.

이같은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선진국과는 거리차가 느껴진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KIF)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흥경제의 금융시장 개방은 궁극적으로 금융부문의 선진화를 통한 실물과 금융간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정책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위원은 "특히 우리나라 금융산업 및 금융시장의 대외적 위상 및 경쟁력은 아직까지 기대한 성과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고, 실물경제의 글로벌화 수준에 충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글로벌 시장을 통한 장기 발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래에는 금융이 실물을 이끌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금융산업 차원에선 미래 성장동력 산업에 효과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미래 금융의 역할"이라며 "오히려 금융이 실물을 이끄는 경제가 미래 금융이 지향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변수는 위험 요인
앞으로 '중국 공세'라는 변수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된다는 지적이 많다.

김주한 연구위원은 "소재 쪽은 중국에서 제품을 받아서 우리나라가 가공, 제3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에서 만약 중국 내수가 둔화하거나 수요가 떨어지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관련기술분야도 우리가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이 뒤쫓아온다는 점에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 임경묵 연구위원은 "트리플 1조 달러라는 숫자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현재 국내외 리스크 요인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특히 물가불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전세계적인 경제회복으로 인해 물가인상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그동안에는 세계 주요 나라들이 모든 면에서 경기확장 정책을 폈지만 이제 중국도 긴축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이유로 우리도 언제부터 긴축정책으로 갈 것인지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고 그 정도도 잘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37조위안(6410조원)을 초과해 일본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중국 경제가 10% 내외의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위안-달러 환율을 기준으로 중국의 올해 GDP는 5조4354억 달러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GDP는 4000달러에 도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0년 7월 3.3%, 8월 3.5%, 9월 3.6%, 10월 4.4%를 기록해 4개월 연속 목표치인 3%를 넘어섰다. 주택가격 상승률 역시 2010년 5월 12.4%를 기록한 데 이어 7월 10.3%, 8월 9.3%, 9월 9.1%, 10월 8.6%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 △지준율 인상 △주택구입 시 자기자본 비율 및 거주요건 강화 △양도세 면제 의무보유 기간 연장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 △국유기업의 부동산 투자 제한 등 물가 및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임 연구위원은 특히 올해 우리 정부가 물가안정에 특히 힘을 쏟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가 불안해지고 있다”며 “정부정책에서 올해 물가가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3%대로 억제하면서 5%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2.9% 상승했고 경제성장률은 6.1%였다.
 
정부는 올해엔 경기회복에 따라 총수요 압력이 늘어나는 가운데 국제원자재 가격도 상승해 공급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오는 13일 종합적인 물가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발표할 물가대책의 주요 내용은 △공공요금 인상 최대한 억제 △공동구매 활성화 등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