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흑돼지 비명 속에 비친 우울한 경제한파

2010-12-29 11:35

(제주=아주경제 강정태 기자) 구제역 한파가 제주경제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생각보단 매서운 기세로 29일 현재 제주 곳곳을 돌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관광객 필수코스로 불리는 서귀포시 표선 성읍민속마을. 이곳에 명물이었던 제주 토종 흑돼지가 때 아닌 수난을 당했다.

전혀 이상 징후는 없었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한꺼번에 도축 된 것. 관광객 사랑을 독차지 했던 관람용 흑돼지 20여 마리가 졸지에 식용이 됐다.

관광비수기 겨울철 경기를 끌어 올렸던 대형 축제들도 아픔을 겪고 있다.

국내 대표적 해맞이 축제로 꼽히는 성산일출축제. 성산일출축제위원회는 긴급회의를 갖고 축제 취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위원들은 축제를 강행하다 자칫 구제역이 발생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는데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정관규 성산일출축제위원장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대한민국 대표 해맞이 축제로 화려한 도약을 준비해 왔다”며 “축산농가와 어려움을 함께 하기 위해 힘겨운 준비과정을 물리치고 용단을 내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5만여 명의 도내외 관광객이 참여하고 48억여원의 경제 파급효과가 발생했던 대형축제를 구제역으로 포기한 셈이다.

국내외 산악인들이 1년을 기다려온 한라산 해맞이 등반행사도 취소된 탓에 발걸음을 돌리게 됐다. 맨몸으로 한겨울 바다를 즐기는 ‘서귀포겨울바다 펭귄수영페스티벌’도 취소돼 짧은 겨울을 탓하게 됐다.

또 다른 대형행사들도 구제역 우려로 줄줄이 취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을 불러온 제주올레도 길이 막히는 아픔을 겪고 있다. 전체 22개 코스 중 축산농가를 끼고 있는 3개 코스가 전면 통행금지 됐다. 이어 또 다른 3개 코스는 부분통제됐다. 한라산 야생노루를 볼 수 있어 지난해 7만 5000여명이 찾았던 제주절물자연휴양림 노루생태관찰원은 ‘개점휴업’에 들어간 지 오래됐다.

오창현 제주관광공사 마케팅 팀장은 “앞으로가 문제다”라며 “제주에서 구제역이 발병하지 않아도 타 지역에서 퍼지고 있는 이상 외국인 관광객들이 제주방문을 꺼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