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일상의 소중함을 알기에…소설 '낙원'
2010-12-29 11:34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뛰어난 구성, 인간적인 섬세한 묘사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을 확보한 그의 필력이 왜 당대 일본 최고의 대중 작가로 꼽히는지 그 이유를 확인시켜 준다.
‘낙원’은 현대사회의 범죄와 도덕적 문제를 다루는 사회파 추리소설에 작가 특유의 인간적인 시선을 더해 짙은 여운과 감동이 묻어나는 한 편의 드라마를 그린다. 끔찍하고 반인륜적인 범죄를 다루면서도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입으로 전통적 가족관에 대한 의문, ‘살인’에 얽힌 도덕적 가치판단의 차이, 사춘기 청소년들의 미묘한 반항심리, 나아가 교육과 사회제도의 문제까지 폭넓은 소재들을 섬세하게 버무렸다.
작가는 “초등학교 때 반 친구를 괴롭히거나 혹은 괴롭힘을 당한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다. 하지만 평온한 나날을 유지하기 위해 기억하기 싫은 일들을 모른 척 묻어두고 살아가는 사람이 대다수”라며 “지금 손에 쥐어 있는 평온은 여러 가지 것들을 망각한 후 누군가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나서야 겨우 성립될 수 있는 것”이라며 책 제목인‘낙원’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순간의 어긋남으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된 사람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라는 어둠속에서 평생 그 무게에 짓눌려 살아갈 사람들. 작가는 그들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대단하지 않은 사람들의 평범한 삶이란 것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분명하게 전달한다.
이미 크고 작은 범죄가 일상생활 속 깊게 들어와 있는 현대사회에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간결하고도 절실한 의문을 던지는 작가의 문장은 독자들로 하여금 여러 번 곱씹게 만든다. 그만큼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력과 잔혹한 현실감이 ‘낙원’에는 생생하게 살아 있다.
‘낙원’은 작가의 또 다른 히트작 ‘모방범’의 9년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모방범’을 을 읽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앞부분 몇 문장만으로도 독자들은 ‘낙원’의 마력에서 헤어나질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