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인사> 정의선 체제 가속… 키워드는 ‘R&D와 유연성 높이기’

2010-12-29 07:49
사장단 인사는 배제… 현대건설 인수 마무리 후 추가 인사 가능성

(아주경제 김형욱·김병용 기자)‘아직 다 끝난 게 아니다.’ 28일 현대차그룹 임원인사가 나왔다. 지난해에 이어 309명의 역대 최대 인사로 정의선 부회장의 3세 경영 체제가 가속화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사장단이 배제돼 있어 향후 현대건설 인수 등 경영상황 변화에 따라 추가 임원 인사가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의 핵심 키워드 2가지는 친환경 연구개발(R&D) 강화와 조직 유연성 높이기다.

304명 전체의 27%가 R&D 인사였다. 올 한해 높은 실적을 거둔 해외 판매 부문보다 더 큰 비중이다. 내년부터 2013년까지 친환경차 기술에만 4조1000억원을 투자하는 현대차가 친환경 기술에 사활을 걸었음을 의미한다.

조직 유연성 높이기에 나선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이사대우 승진자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6%에 달한다. 최근 3년 동안 38%인 것에 비해 큰 폭 늘어났다.

이사대우는 임원의 첫 단계, ‘젊은 임원’에 속한다. 그만큼 업무 유연성이 높고,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신임 이사대우 중에는 올 최연소 여성 임인 백수정 현대캐피탈 이사대우(39) 등 파격 발탁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지난 1년여 동안 그룹의 핵심인 현대차에서 그룹의 혁신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 결과가 이번 인사에 반영 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13명의 부회장단을 비롯한 사장단의 인사 이동은 없었다. 아직 정의선 부회장 체제로의 완전한 전환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또 현대건설 인수가 진행 중이고 그 결과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사장단 전원 유임의 주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내년 초 현대건설 인수 결과가 나오는 대로 수시로 사장단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에 사장단 변동은 없었다. 단 경영 상황에 따라 지금까지 처럼 수시 인사가 이뤄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백수정(39·사진) 현대캐피탈 신임 이사대우다. 여성 임원 비중이 낮은 현대차그룹으로써는 지난해 이미영 현대카드 이사대우에 이어 두 번째 30대 여성 임원 발탁이다.

백 이사대우는 연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 MBA를 졸업한 뒤 라이코스코리아 과장, 부즈 앨런 앤 해밀턴 이사 등 국내외를 망라하는 경력을 갖춘 재원이다.

2007년 현대캐피탈에 입사한 후 2008년부터 마케팅 실장으로 재직중이다. 그룹 측은 “현대캐피탈의 스포츠.문화 마케팅 주도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고 승진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초청 공연 등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현대캐피탈 인비테이셔널’ 마케팅이 그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