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나이롱 환자' 언제쯤 없어질까
정부의 자동차보험 개선안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차보험 환자의 보상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자나 의사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힘든 현행 제도 대신 진료비 제한제 등 `나이롱 환자'를 뿌리뽑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웃 일본의 자동차보험 개혁 성공은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日 `진료비 제한제', 나이롱 환자 뿌리뽑았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자동차보험 제도는 `일란성 쌍둥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비슷한 구조다.
두 나라 모두 자동차보험이 의무보험이며, 대인 배상은 피해자 치료비, 위자료, 휴업 보상액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나이롱 환자'의 비율은 하늘과 땅 차이다.
2001~2007년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환자 입원율은 평균 70.4%로 같은 기간 일본(8.5%)의 8배가 넘었다. 교통사고 환자가 대부분 경상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우리나라의 입원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나라의 차이를 이끌어낸 결정적인 제도는 바로 일본의 `진료비 제한제'다.
우리나라에서는 객관적인 근거 없이 환자의 진술과 의사의 진단만으로 상해등급이 결정된다. 과잉 보상을 바라는 환자와 과잉 진료를 바라는 의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가벼운 증상에도 한두달씩 입원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증상 및 부위에 따라 치료비를 제한하고 그 이상은 주지 않는다. 오래 입원해도 치료비가 더 이상 나오지 않으므로 병원 입장에서도 환자를 오래 입원시킬 필요가 없다.
자동차보험에서 병원에 주는 하루 입원료도 우리나라는 환자의 입원일수가 50일이 넘어야 10% 깎이지만, 일본에서는 30일만 넘어도 30%를 깎아버린다. 장기 입원환자가 나오기 힘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 결과 경추염좌(목 결림) 증상의 경우 우리나라 자동차보험 환자의 입원율은 79.2%에 이르지만, 일본은 대부분 통원치료로 해결한다.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입원을 오래하면 할수록 보상을 많이 받아 보상체계가 왜곡되고 있다"며 "정부와 의학계가 경상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표준 진단과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보험사 보상방식도 `환골탈태' 필요
`나이롱 환자'의 만연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바로 도덕적 해이에 빠진 일부 환자와 의사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보험사들은 지금껏 건강보험보다 높은 자동차보험 진료수가가 과잉진료의 원인이라며 진료수가 일원화만을 줄기차게 외쳐댔다. 그러나 과잉진료를 문제로 삼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한 자동차보험 설계사는 "의사 진단서가 나오면 이를 문제 삼는 설계사는 없을 것"이라며 "종신보험이나 상해보험처럼 수천만원, 수억원이 걸린 것도 아닌데 이를 소송까지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 개혁에 성공한 일본은 다른 길을 걸었다.
일본도 1980년대까지는 `나이롱 환자'가 만연했다. 하지만 1980년대 말 손해율 급등으로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대폭 올리자 자동차보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여론의 압력을 받은 보험사들은 본격적인 개혁에 나섰다. 진료비 제한제 등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는 한편 과잉진료를 일삼는 의사들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소송을 내는 `전면전'을 벌였다.
일본에서 보험학 박사학위를 받은 삼성화재의 이규훈 차장은 "일본 보험사들은 환자 및 의사들의 도덕적 해이와 길고도 격렬한 싸움을 벌인 끝에 자동차보험 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보험소비자연맹의 조연행 사무국장은 "보험사들은 손해율 급등으로 적자가 커지면 자동차보험료를 올리는 손쉬운 방법으로 문제를 봉합해 왔다"며 "이제는 더 이상 미봉책에 머무르지 말고 제도적 개선책과 함께 철저하고 까다로운 심사로 `보험금 누수'를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