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 폭등 속 서민 생활고 가중

2010-12-26 18:10
쌀값 하락...물가엔 도움 농민엔 고통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이명박 정부 들어 소비자물가가 대체적으로 안정됐으나 농수산물 품목별로는 극심한 편차를 보였다. 쌀값이 하락하면서 전반적으로 물가안정에 도움을 줬으나 무와 배추, 생선 등 신선식품 가격은 급등해 오히려 물가를 자극했다.

물가는 평균적으론 2~3% 대의 상승률을 나타내 얼핏보면 물가가 안정된 것 같이 보이지만 일부 품목들의 경우 200% 넘게 폭등하기도 했다.
 
쌀값이 하락해 농민들의 고통 위에 이룩한 물가 안정이라는 비난을 샀으며 배추나 무 같은 장바구니 물가를 잡지 못해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집중관리 품목 가격이 오히려 폭등
 
명목상 물가 수준이 2~3% 오른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소비자물가가 안정됐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정부가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품목들의 가격이 많게는 200% 넘게 폭등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 3월 서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52개 품목들을 주요 생필품으로 선정해 소비자물가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52개 품목에는 쌀, 밀가루, 라면, 배추, 무, 식용유, 우유, 목욕료, 학원비 등이 포함돼 있다.
 
배추의 소비자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6월 30.8%, 7월 61.5%, 8월 35.9%, 9월 118.9%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10월과 11월에도 각각 261.5%, 140.8%로 폭등세를 지속했다.
 
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6월 75.4%, 7월 107.1%, 8월 126.6%, 9월 165.6%를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10월과 11월에도 각각 275.7%, 178.9% 급등했다.

반면에 쌀값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지난 6월 -9.9%, 7월 -10%, 8월 -9.4%, 9월 -8.8%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10월과 11월에도 각각 -8.0%, -3.0%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이윤구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대외협력국장은 “쌀 가격이 하락한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되고 풍년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쌀소비량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쌀 가격은 농민들의 생존에 직결된 문제로 농민들은 지금 손해를 보며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전체적인 평균치를 갖고 물가가 안정됐다고 하지만 배추나 무 같은 장바구니 물가는 폭등해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는데다 쌀값 하락으로 농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지난 2005년 476만8000톤, 2006년 468만톤, 2008년 484만3000톤, 2009년 491만6000톤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에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5년 80.7kg, 2006년 78.8kg, 2007년 76.9kg, 2008년 75.8kg, 2009년 74kg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내년엔 불안정성 더욱 심해질 듯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2000년대 들어 대체로 2-3% 대의 상승률로 안정세를 유지해 왔으나 내년에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 2001년 4.1%, 2002년 2.8%를 기록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년 3.5%, 2006년 2.2%, 2007년 2.5%를 나타냈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2009년 2.8%를 기록하는 등 안정세가 계속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소비자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1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1%, 3월 2.3%, 6월 2.6% 오르는 데 그쳤다. 7월에는 2.6%, 9월에는 3.6%, 11월에는 3.3% 올랐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가 각각 2.9%, 3.0%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정부의 예상과 달리 내년에는 물가상승 압박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회복과 소득 증가로 소비가 늘어날 것을 전망되는데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물가가 오르는 이른바 '차이나플레이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기·가스료 등 공공요금이 인상 압력을 받고 있고 예상되는 대학 등록금 인상도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변수다.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leekhyo@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