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화 기자) 채권단이 현대그룹과의 현대건설 인수 관련 양해각서(MOU)를 해지한 가운데 현대그룹이 지난 7일 신청한 ‘MOU해지금지 등 가처분 신청’에 관한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2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최성준 수석부장판사)는 현대그룹컨소시엄에 속한 현대상선 등 3개 회사가 한국외환은행 등 8곳을 상대로 제기한 MOU해지금지 등 가처분 신청사건의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날 심문에 앞서 현대그룹의 대리인은 신청 취지를 ‘MOU가 해지되지 않음을 전제로 해 양해각서상의 권리를 현대그룹이 임의로 가지고 있음을 확인해 달라’고 변경했다.

애초에 자사가 MOU상의 권리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해달라고 요구했지만 MOU가 해지 됐기 때문이다.

또 ‘현대차 우선협상자 지정 및 본계약 체결금지’조항도 추가했다.

법정에서는 MOU해지를 비롯한 채권단의 주식매매체결 동의 관련 부결이 정당했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현대그룹측 대리인은 특히 “매매계약체결 동의 여부를 안건으로 삼은 것은 양해각서상의 절차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의안 상정 자체가 양해각서 상의 법적 구성요건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채권단 측 대리인은 “이미 MOU가 해지됐을 뿐만 아니라 주식계약체결안건도 부결됐기 때문에 현대그룹은 법원에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어떤 지위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맞섰다.

현대그룹측과 현대차그룹간의 나티시스 자금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보조신청인으로 참가한 현대차그룹측은 “왜 이런 사안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일”이라며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차입금을 자기 자금으로 가장해 좋은 점수를 받으려 시도했는지, 허위 서류를 내거나 담보 관련 의무를 위반했는지 확인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입찰서류 심사에 있어 채권단측이 1조2000억원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했는지, 점수 영향 여부 등에 대한 서면 제출을 요구했다.

또 채권단 측이 MOU해지 사유로 든 ‘성실히 응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과 주주협의회가 상정한 안건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현대그룹측에는 1조2000억원에 대한 나티시스 은행과의 대출계약서 제출을 제안했다.

현대그룹측은 이번 신청 건에서의 제출은 힘들겠지만 이후 본안 소송 진행 여부에 따라 제출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재판부는 추가적으로 소명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 24일 오후 2시 이 법원 358호에서 심문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