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동북아는 지금 군비 전쟁중 /송영선 국회의원

2011-02-07 17:13

송영선 국회의원.
소련이 붕괴되자 미국과 소련의 대립에 의한 군비경쟁이 사라졌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세계 각국은 자국의 국방력 강화와 국제안보 환경 변화에 맞춘 국방태세 정비를 위해 국방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국방개혁의 골자는 첫째 병력 숫자를 줄이고 군을 전문화.특성화된 군으로 정예화시키고, 둘째 부대를 여단규모 중심으로 축소.조정하여 기동성을 극대화하고, 셋째 인명살상이 아닌 적의 주요 시설에 대한 정밀타격과 주력전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무기체계의 첨단화를 통해 군사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동북아에서도 이러한 군비경쟁이 예외는 아니다.

북한은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감행하여 미국에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줄 것을 강요했다.

북한은 올해에는 미국에게 플루토늄보다 더 위협적인 고농축우라늄 핵개발로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공격을 감행하여 한반도의 긴장을 최대로 고조시키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 방법만이 북한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의 계산된 도발과 협박은 북핵문제 외에도 중국과 대만의 양안문제, 중국과 일본.러시아의 도서영유권 문제, 일본과 한국, 중국 간의 역사문제, 경제수역문제 등 갈등이 내재되어 있는 동북아 각국의 군비경쟁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 또는 빌미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3차례 미사일 발사와 2차례의 핵실험 때마다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인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방위력을 강화하여 북한의 위협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다가 이번 천안함 사고, 연평도 공격이 발생하자 일본은 본격적으로 방위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2차 대전 당시 6척의 항모, 150만 병력을 보유했던 일본은 현재 핵보유 잠재국으로 핵보유국이 될 물리적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5대의 군사 위성을 갖고 있으며 정보수집, 분석 능력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2010년 말까지 미국과 공동으로 지상 및 해상배치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20세기 초 세계 최대의 해군력을 자랑하던 영국,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때로 회귀하기 위한 고민을 할지도 모른다.

중국은 1989년 이후 2008년까지 20년간에 걸쳐 해마다 16.2%씩 국방예산을 증가시켜 왔다.

고속의 국방비 증가를 기반으로 미사일 시스템 업그레이드, 적 항모나 함정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중거리 공격능력 확보와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보강을 해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 해군전력을 대폭 증강시키는 것은 인도양, 대서양에서 해상교통선(SLOC) 통제, 일본과의 영토 전쟁을 염두해 두고 우세를 선점하기 위한 대비태세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2015년까지 5만~6만t급 항공모함 2척을 건조한다는 목표로 옛 소련 항공모함 '바리야그호'를 구입해서 개조 중이다. 아울러 중국은 2020년께 핵항공모함도 취항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미국 항공모함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둥펑21D와 같은 항모킬러미사일 발사시험을 실시하여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난도에 새로 설치하는 해군기지는 중국잠수함의 남중국해로 진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러시아는 2015년까지 약 1,860억달러의 군사비를 투입할 예정이며 군사비의 20%를 전략무기 증강에, 그 중 80%를 핵무기에 투입하고 있다.

2009년의 경우 국방예산의 40% 이상을 해군, 특히 전략 핵잠수함 등 전략핵전력 증강에 투입하도록 배정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갖자 핵추진 항공모함을 보유할 계획이다. 미국이 보유한 5세대형 B-2 스텔스 전투기와 맞먹는 PAK-FA를 개발하여 2012년 실전에 배치할 예정이고 4.5세대급 공대공 전투기 Su-35을 개발하여 2013년 실전배치하는 계획도 세웠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중점을 두고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사이버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한 사이버사령부의 임무는 올해 10월 개시했다. 미 공군은 핵전력의 통합운용을 위해 광역타격사령부(GSC)를 신설했고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해 미국 영토를 지키기 위한 고고도방어체계(THADD) 미사일과 해상배치 X밴더 레이더(SBX)를 하와이 인근에 배치했다.

북한은 동북아 강국의 군비경쟁 속에서 가장 값싸고 위협적인 핵무기와 미사일, 장사정포, 특수전부대 등 비대칭전력 개발 및 증강에 주력해 왔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은 미국과 일본, 러시아, 중국을 위협하는 수단이 되었다. 또한 장사정포를 대폭 확대하고 특수전부대 규모를 확충한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렇게 급변하는 동북아의 군비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확고한 미국의 핵우산 속에서 북한의 장사정포, 특수부대와 같은 비대칭전력에 대한 대응능력을 확실하게 증강시키고 있다. 또한 장기적인 차원에서 동북아 강국과 공존하기 위한 군비증강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북한의 국지적인 도발이나 공격이 결코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미국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 개발은 분명 일본과 미국에 그리고 나아가서는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이런 점에서 동북아를 둘러싸고 있는 각국은 타국의 군비증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국방력을 키우는 한편, 상대국이 군사력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러시아 푸틴 총리가 최근 북한에 대해 "핵개발을 중단하라"고 밝힌 것은 비단 한국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동북아의 새로운 군비경쟁이 가속화되는 것, 중국이 북한의 망나니 짓을 미국에 대한 완충지대로 이용하는 것, 북한 위협을 빙자한 일본의 군비증강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이다.

중국 역시 소란스럽고 문제를 일으키는 북한이 주변국들의 군비증강을 야기하고 또 자국의 경제성장에 치명적인 해가 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북한의 핵 개발 등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규모 면에서만 보면 북한의 도발과 핵개발, 대량살상무기 개발은 국지적인 불장난 수준으로 보일지 모르나 동북아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이에 동북아는 북한의 만행을 자국의 이익과 군비증강의 빌미로 이용하려는 꼼수로 노리기보다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테러 국가들에게 이전하고 동북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는 방안을 공동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